갯벌, 바다 오염물질 정화·수질개선
생물 산란장 역할·대기 환경 좋게 해
간척·연륙교 건설 등 경제적 논리에
5년사이 여의도 면적 1.79배 사라져
道, 해수유통 방해하는 시설물 철거
부남호 물길·뱃길 뚫어 기수역 소생
높은 가치 지닌 가로림만 관리 시급
해양정원 통한 글로벌 관광 거점 계획

▲ 가로림만. 충남도 제공

[충청투데이 나운규 기자] 갯벌은 생산력이 가장 높은 연안 생태계 중 하나로, 미세한 플랑크톤부터 어류와 조류까지 다양한 생물이 살아가면서 ‘생물의 보물 창고’로 불린다.

콩팥이 우리 몸의 노폐물을 걸러 주는 것처럼, 갯벌은 바다에 흘러드는 오염 물질을 정화해 주는 것은 물론 갯벌 속 수많은 미생물에 의해 유기 물질이 분해되면서 수질을 개선한다.

여기에 어류 등 다양한 생물의 산란장 역할까지하면서 어족자원을 확보키 위한 필수적인 공간이다. 이 뿐만 아니라 홍수가 났을 때 순간적으로 물이 범람하는 것을 막거나 태풍 땐 바람이나 파도의 위력을 감쇠해 피해를 줄여준다.

갯벌은 대기 환경 개선 효과도 갖고 있어, 국내 갯벌이 해마다 승용차 20만대가 내뿜는 분량에 맞먹는 48만 4500t의 온실가스를 흡수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는 30년 된 소나무 약 7340만그루가 연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량과 같은 수준으로, 갯벌과 같은 해안생태계가 탄소를 흡수하는 ‘블루카본’(blue carbon)이 전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여기에 건강한 갯벌은 생태 관광 자원으로서 충분한 가치를 갖고 있다.

이같은 효과에 갯벌의 경제적 가치는 ㎢당 63억원으로, 국내 전체 갯벌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연간 약 16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해수면 매립(간척사업)을 통해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는 충남 서산 현대대죽2 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이 논란이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갯벌은 간척사업과 연륙교 건설 등 경제적 논리와 인간의 편리함을 위한 시설에 밀려 매년 급격히 줄고 있다.

특히 1980년대 간척사업 붐을 거치면서 1987년 3203㎢였던 국내 갯벌은 2013년 2487.2㎢으로 전체 갯벌 면적의 22.4%(약 716㎢)가 감소했고, 5년 후인 2018년에는 2482㎢로 5년 사이 서울 여의도 면적의 1.79배나 되는 갯벌이 사라졌다.

전국 갯벌의 83.8%는 서해에 있으며, 충남은 전남(42.5%)과 인천·경기(36.1%) 다음으로 많은 13.7%의 갯벌을 보유하고 있다.

충남도는 갯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갯벌복원 사업을 비롯해 간척사업으로 썩어가는 담수호를 살리기 위한 부남호 역간척 사업과 서산과 태안 사이의 바다를 국가해양정원으로 조성하는 가로림만 해양정원을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갯벌생태계 복원사업
도는 갯벌 생태계를 복원해 해양 환경을 살리고 생태관광 자원으로 활용키 위한 갯벌생태계 복원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은 방파제 등 해수유통을 방해하는 시설물을 철거해 폐염전, 폐양식장 등 방치·오염된 과거 갯벌지역을 건강한 갯벌로 복원하는 사업이다.

이를 통해 다양한 생물이 살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어족자원을 늘릴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고 생태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게 도의 복안이다.

올해 보령 무창포, 서산 고파도·웅도, 서천 유부도, 태안 근소만 등 5곳에 총 445억원(국비 312억원, 도비 63억원, 시·군비 7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천수만 부남호 역간척 사업
서산 부남호는 1980년대 서산 간척사업과 함께 추진된 서산B지구방조제 공사로 담수호가 되면서 해수유통이 차단됐고, 이 때문에 갯벌이 썩고 담수호 수질 역시 농업용수로 조차 활용할 수 없는 6(Ⅵ)등급 악화됐다. 도는 부남호에 물길과 뱃길을 뚫어 갯벌과 기수역을 되살려 갯벌 생태를 복원하고 수질을 개선해 자연과 사람이 상생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생태계로의 복원을 추진 중이다.

양승조 지사도 “농경지의 100배 넘는 가치를 가진 갯벌을 되살리는 부남호 역간척은 새로운 충남 발전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도는 부남호 5783㏊(방조제 1228m, 간척지 3745㏊)에 내년부터 5년 간 2972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한다는 계획으로, 올해 하반기 사업 예비타당성조사를 건의·신청할 예정이다.

△가로림만 해양정원
도가 역점적으로 추진 중인 가로림만 해양정원도 해양 친환경 정책 중 하나다.
서산과 태안 사이 1만 5985㏊ 규모의 가로림만은 해안선 길이 162㎞, 갯벌 면적 8000㏊에 달하며 해역에는 유인도서 4개와 무인도서 48개가 있다. 세계 5대 갯벌인 서남해안 갯벌에 속하며 환경가치평가 전국 1위, 생물다양성(149종), 생태계 건강도 상위 25% 이내로 생태계적 높은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간척·매립, 폐수유입 등으로 인한 수질의 지속적 악화와 과거 조력발전소 건설 추진·중단 등으로 체계적인 관리가 시급한 상황이다.

도는 국내 최초 최대 해양생물보호구역인 가로림만을 자연과 인간, 바다와 생명이 어우러진 글로벌 해양생태관광거점으로 만들기 위한 가로림만 해양정원을 추진 중이다.

도 역점 과제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지역 공약 사업으로, 2025년까지 5년 동안 총 2448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며, 2019년 12월 기획재정부 재정사업평가위원회에서 예타 대상에 선정돼 현재 진행 중이다.

나운규 기자 sendm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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