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청희 한국전력공사 영동지사 고객지원팀장

지난 2월 5일, 문재인 대통령이 전남 신안을 직접 방문해 개통을 앞둔 임자대교를 찾았다. 같은날 진행된 '세계 최대 해상풍력단지 48조원 투자협약식'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이 발표한 설비용량 8.2GW수준의 해상풍력단지는 아랍에미리트(UAE)에 건설한 1.4GW 규모의 한국형 원전(APR1400) 6기 수준, 현재 세계최대 규모인 영국 혼시(Horn Sea)의 1.12GW와 비교해도 7배나 된다. 이를 바탕으로 신재생에너지로 전환과 그린뉴딜정책의 추진으로 양질의 일자리도 창출해 두 마리의 토끼를 잡겠다는 구상이다.

물론 이는 최고의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편서풍 지대로 연중 동일한 방향에서 바람이 부는 영국 북해와 우리나라는 다를 수 있다. 해상풍력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특히 원자력발전에 비해 떨어지는 경제성과 유지보수비용을 근거로 들기도 한다. 물론 경제성을 생각하면 당장 해상풍력이라는 것이 불안정해 보일 수 있고 이는 납득 가능한 반론이다.

하지만 전세계가 현재 에너지전환을 하는 진정한 이유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비용 대비 효율만을 생각했다면 전세계는 지금도 원자력발전이나 화력발전을 중점적으로 늘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얼마 전 취임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부터 에너지정책의 변환을 선언했을 뿐 아니라 유럽연합, 중국까지도 에너지전환을 강하게 천명하고 있다. 환경에 대한 고려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전세계적 추세이고 그 대표적 걸림돌이 현재의 화석에너지 중심 발전이다. 예상을 넘는 속도의 급격한 전기차의 보급도 같은 이유다.

이러한 세계적 추세를 감안했을 때, 현재 경제성이 좋지 않다고 외면한다면 우리나라는 기술력에서 뒤처져 에너지 주권을 빼앗길 수 있다. 해결책으로 한전이 직접 해상풍력 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들 수 있다.

해상풍력과 같은 대규모 발전사업은 민간영역에 맡겼을 때, 시장논리에 의해 외면받을 가능성이 크다.

유사한 사례로 우리나라의 한국형 전투기사업, KF-X가 있다. 10조원에 가까운 금액이 들어간 국가 프로젝트이지만 이 사업을 통해 생산될 전투기의 단위당 단가를 계산하면 민간사업에서는 생산이 어렵다. 때문에 기존대로 해외에서 수입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다. 하지만 방위산업이며 국가주권과 연계된다는 점에서 이 사업은 충분히 가치가 있고 오랜기간 투자가 이뤄졌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원자력 발전기술을 획득하는데 수십년이 걸렸듯이, 신재생에너지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민간사업자 참여가 어려운 대규모 사업 위주로 지금까지 해외사업 추진 역량과 금융조달 능력을 갖춘 한전이 나서서 마중물 역할을 한다면 국내사업에 새로운 산업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리스크 분산을, 장기적으로는 기술 노하우 축적을 통해 경제성 개선을 이뤄 세계로 수출하는 장래 먹거리 산업을 만들 수 것이다.

기술은 머리에서 단기간에 나오는 것이 아니다.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투자해야 우리도 다가오는 에너지전환의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역할을 한전과 같은 기술력과 자금조달 역량을 보유한 에너지 공기업에서 주도해서 추진할 때 우리나라가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는데 걸리는 기간을 훨씬 더 단축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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