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 웅천 출신… 30년간 향우회 이끌어
사비 후원·선물 나누며 고향사랑 실천
충절의 고향 충청, 역사·예법 귀한 자산
충북과 충남 서로 분열돼… 화합 시급
능력·자질 갖춘 지역민 서로 도와야
약속 지키는 착한천성 지역성장 밑거름

▲ 임봉혁 서울 중랑구 향우회장이 충청투데이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임 회장은 충청투데이 신문을 펼쳐보며 향우회에 대한 소신을 이야기 했다. 사진=김종원 기자

 [충청투데이 이환구 기자] “충청인들은 원래 천성이 착하고 남에게 피해를 안주려고 해유. 마음도 따뜻하고요. 그런 마음으로 고향을 사랑하는데 출향인들끼리 더 잘 연락하고 배려해주고 살면 좋겠습니다”

보령 웅천이 고향인 임봉혁 충청향우회 서울 중랑구 회장은 충청향우회를 오래도록 주도해온 ‘충청인’이다. 30여년 넘게 중랑향우회를 이끌고 있으며 충청향우회 중앙회에서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임 회장은 10대 나이에 고향을 떠나 친척이 있는 서울 중랑구에 자리를 잡았고 서울에서 직장생활과 사업을 했다. 아직도 건축업을 하고 있는 임 회장은 ‘천성이 착한’ 충청인으로 봉사활동에도 분주하다.

임 회장은 중랑구지역 소외계층 지원사업으로 푸르마켓 의류 1000점을 지원하고 있고 충청학생들이 거주하는 충북학사에 연극티켓 300매를(1200만원 상당) 보내 문화생활 지원도 했다. 임 회장은 서울 중랑구 복지관에 사비를 털어 짜장면, 국수 등을 제공하는 봉사활동도 연중 실천하고 있다. 열정적으로 사업과 봉사활동을 이어가는 임 회장은 충청투데이와 만나 향우회를 통해 얻어지는 기쁨은 물론이고 아쉬움도 털어 놓았다.

“충청인들이 타시도 향우들에 비해 표현이 좀 부족해요. 그리고 솔직히 험담도 좀 많이해요. 좋은 이야기 할 시간도 없는데 덕담, 칭찬이 더 필요한 것 아니여요? 향우들끼리 교감도 더 필요해요.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고, 아무런 이해관계 없이요. 충청향우회 중앙회도 과거처럼 좀 더 활성화 했으면 좋겠어요. 가진 분들이 향우회 일에 더 많이 나서서 충청도 인재들에게 장학금도 더 많이 줬으면 합니다”

그의 고향 사랑은 회사명에 고향 지명을 붙인데서도 드러난다. ‘웅천개발’은 그가 설립한 초창기 회사명이다. “‘곰 웅’, ‘내 천’을 따서 웅천으로 회사명을 지었어요. 웅천이 석재사업이 유명한 곳인데 동생과 함께 그 사업을 해서 돈을 많이 벌었어요. 그러다 1995년경에 이런저런 이유로 100억대 손해를 봤어요. 그나마 어음을 안쓰는 바람에 재기를 했지요. 저는 약속 지키기를 좌우명으로 삼고 있어요. 사업 상대방과 이야기한 약속은 무조건 지킵니다”

임 회장은 현재 그린종합개발을 운영하고 있다. 60대지만 활발하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수주를 적극적으로 하기 보다는 신뢰와 신용을 발판으로 사업을 탄탄하게 꾸려나간다. 건설업을 하면서 본인이 만든 주택 등을 보면 가슴이 뿌듯해진다는 감성도 있다.

“완성된 건물을 보면 나름 가슴이 뿌듯해집니다. 건축물은 튼튼해야 하고 실용성이 있어야 하지요. 사업을 오래 하다보니 신용이 붙어서 건축 의뢰가 들어와요. 큰 건축보다는 1000평 내외 건물을 짓고 있습니다. 과거에 비해 많이 바쁘지는 않아요”

어릴적 추억으로 물살 센 동네에서 은어, 피래미를 잡아서 매운탕 끓여먹던 일을 추억한 임 회장은 18세 경에 서울로 와서 학교 진학과 고시공부를 시작했고, 설계 사무소에서도 일을 했다. 그는 돈벌이를 하느라 서울 생활에 적응했지만 고향에 대한 애정은 여전하다. 충청도에 대한 애틋함은 나라 사랑에 대한 애국심으로 발전한다.

“충청도에는 애국지사가 많고요, 나라가 어려울때 힘을 보탠 위인들도 많지 않습니까? 홍성에는 고려때 최영 장군을 비롯해 만해 한용운 선생, 사육신 성삼문, 김좌진 장군 등이 계시잖아요. 충북 서재필, 천안 유관순 열사도 목숨을 바쳐 독립운동을 했어요. 돈도 벌어야 하지만 이런 역사를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해요.

충절의 고향 예법을 전해주는게 우리들이 할 일 아닌가요. 재산 물려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 같아요. 후손들에게 충절을 가르치는 것은 결국 좋은 나라를 만드는 길 아니겠어요? 길은 닦는데로 가고, 덕은 쌓은데로 간다고 합니다”

그는 딸 세명 중 2명이 공무원이고 사위 2명도 공무원이어서 이른바 ‘공무원 가족’이다. 아마도 나라에 애국하는 마음이 자손들 혼인까지도 인연으로 닿은 모양이다.

임 회장은 그러면서 충청도 스타일에 대한 비판도 따끔하게 했다. 충청향우회를 30여년간 해온 내공이 쌓여 있는 충언이다.

“충청도는 모래알 같아요. 너무 분열돼 있어서 나라 허리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어요. 충청 출신 정치인들도 함께 힘을 모으면 좋겠어요. 선거에서도 충청 출신이 능력과 자질을 갖추고 있다면 출향인들이 조건 없이 도와주면 좋겠어요. 그런 힘을 영호남은 보여주거든요”

임 회장 인터뷰는 지난 4일 서울 중랑구 충청향우회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향우회 활동을 오래 해오셨는데 애로사항이나 어려움은 없으셨는지

“향우회 활동은 고향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안되는데 저는 애정 듬뿍이다. 즐거움이라 생각하고 30여 년 이상 향우회를 하고 있다. 향우회라는게 돈이 있다고 되지 않는다. 마음이 있어야 하고, 그 마음은 내가 태어난 곳에 대한 바른 생각이다. 고향을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오르고 애틋함이 솟아난다. 중랑구는 원래 향우회가 유명무실하다시피 했는데 유성남 사무국장님이 동분서주하시면서 저와 함께 향우회를 활성화 시켰다. 유 사무국장님은 한국마라톤연맹 총재이신데 그 덕에 산악회 모임도 상당히 활성화 되고 있다. 보령 웅천 향우회 회장도 10년 넘게 맡아 하고 있다. 예전에 가평 같은 곳에서 체육대회도 크게 했는데 당시에 사비를 털어 후원을 계속 했다. 명절때면 향우들에게 작은 선물도 하면서 고향 사랑을 함께 나누고 있다. 중랑구 인구가 42만여 명 정도 되는데 충청 출신이 9만여 명이다. 향우회장을 맡아 5년여 회장직을 수행중이다. 향우회 수석부회장을 30여 년 했다”

-중앙향우회 활동이 활발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던데. 일선에서 활동하는 향우회장으로서 조언할 것이 있는지

“중앙회가 너무 힘이 없다. 고 김종필 총리나 심대평 지사가 있을때 중심이 있었지만 심하게 이야기 하면 지금은 오합지졸이다. 충청향우회가 충북, 충남 따로 논다. 그것을 봉합하기 위해 억지도 많이 부렸는데, 앞으로는 잘 될 거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고향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충청도 사람들은 표현에 약하다. 그리고 남 욕을 잘 한다. 그런게 좀 개탄스럽다. 줄 게 없으면 웃음이라도 줘야 하는 것 아닌가. 가진 분들이 더 많이 와서 장학금을 더 마련하면 좋겠다. 앞으로는 잘 뭉쳐서 고향 인재도 발굴하고 장학금도 좀 많이 줬으면 한다. 선거도 그렇다. 능력이 있는 고향분들이 있으면 조건 없이 도와줘야 한다”

-코로나19 때문에 모두 힘들어 하는데 사업하시는 입장에선 어떠신지

“충청 출신 조카들도 아르바이트 자리가 없어서 놀고 있다고 들었다. 소상공인 아픔이 크다. 장사하는 사람들은 크면 큰대로 적으면 적은대로 고민이 많다. 경제적 피해가 커서 집안이 풍비박산이 나면 그건 간접 살인이나 다름없다. 사람이 죽어서 살인이 아니라 경제기반이 무너져 가정 파괴가 일어나는 것이다. 전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장관 같은 요직을 맡으면 안된다. 돈을 줘서 해결하려는 것은 시대착오적 생각이라고 본다. 없는 사람 거둬 먹이는 것은 찬성이지만 선별과정이나 선거과정에서 주는 것은 안된다. 국민들은 받아서 좋겠지만 후손들은 갚아야 한다. 국민들이 순박하고 말을 잘듣는 것 같다. 맨날 방송보며 속상해 한다. 그래도 젊은 사람들은 조금 더 견뎌라. 6·25도 겪어봤는데 견디면 지나간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온다. 충청인들은 천성이 착하고 남에게 피해를 안주려 한다. 타 지역 사람에게 모범이 됐으면 좋겠다”

-충청발전에 조언을 한다면

“충청도가 나라의 허리다. 허리 역할을 제대로 해야 나라가 발전한다고 본다. 충청 자존심을 세워 정부가 잘하는 일은 칭찬하고 못하는 일은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 백제권은 자랑스런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런데 지금 대전은 전남 목포, 충북은 전남 진도, 충남은 전북 전주 같다. 호남은 진흙처럼 잘 뭉치는데 충청도는 모래알 같다. 고향에 계신 분들도 숨지 말고 나서서 할 이야기는 똑부러지게 했으면 좋겠다. 제 밥그릇 찾아 먹어야 하는 것 아니냐. 굴러온 떡도 못 먹는 게 충청도다. 충청도 정치인들도 서로 헐뜯지 말고 뭉치면 좋겠다”

-고향 후배들에게 인생 선배로서 조언한다면

“성공적인 인간관계는 상대를 존중하고 경청하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 슬플 때는 함께 슬퍼해줘라. 길흉사를 다 챙겨야 한다. 길흉사 안가면 인과관계가 끊긴다. 능력이 되면 상대가 베푼 것의 더블로 줘도 된다. 사업해보니 신용이 가장 중요하고 약속은 기본이다. 충청인들은 천성이 착해서 약속을 하면 반드시 지킨다고 본다. 후배 충청인 여러분도 신용과 약속을 기반으로 자랑스런 충청인으로 성장하면 좋겠다. 후배들에게 선배로서 밥 한 번 살 기회가 온다면 언제라도 환영한다”

■ 임봉혁 회장 프로필
67세 충남 보령 웅천
충청향우회 부총재
충청향우회 서울 중랑구 회장
그린 종합건설 회장
새마을상 수상(서울시장 표창)

서울=이환구·김종원 기자 lwku094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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