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우 전 국회의원

우리 다음 세대가 살아야 할 대전의 내일을 묻는다. 오늘 대전은 수도권에 치이고 부산 울산 경남권에 뒤쳐지며 최근엔 인구마저 세종시에 빨려 들어가고 있다. 과거 대도시로서의 대전의 모습을 꿈꾸는 게 아니다. 세계 속에서 대전만이 갖는 경쟁력으로 대한민국 도시문화를 선도하는 청사진은 없을까 고민해야 한다.

과제는 일등 도시 대전이 아니라 일류도시 대전이다. 일등 도시는 과거 다른 도시가 만든 프레임 속에서 서열을 매긴다. 그러나 일류 도시는 대전만의 고유하고 독창적인 전략과 비전으로 세종과 충남, 충북을 아우르며 선도하는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도시의 미래 패러다임을 만들어 주도하는 것이다. 필자는 대한민국의 미래 패러다임을 대전이 앞장서 새로운 모델을 창출하고 만들어가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흔히 대전은 경부선과 호남선 철도 개설, 충남도청 이전과도 같은 외형적인 도시형성 과정과 대전광역시 승격과도 같은 행정적인 측면에 주목해 대전의 역사를 설명하곤 한다. 그렇지 않다. 대전을 이루어온 숨은 역사를 간과했다. 대전은 조선의 회덕과 진잠, 유성의 정신사적 유산을 승계한 조선 후기 국가 철학의 산실이었다. 식민사학의 시각에서 당파나 위정척사로 폄훼돼 온 우암 송시열과 동춘당 송준길의 예학에 바탕한 철학은 위대한 대전정신의 뿌리이면서도 제대로 계승 발전되지 못하고 있다.

대전의 정신문화만이 아니다. 대전의 경제는 충남북과 세종을 아우르는 자족경제권으로서의 충분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1995년 동시지방선거와 함께 제기했던 김대중 대통령의 '지역등권론'과 1996년 총선에서 이어졌던 '경제등권론'을 창조적으로 계승해야 할 시점이다. '지역등권론'을 처음 실행에 옮겼던 1998년 '대청호 선언'을 기억한다. 당시 홍선기 대전시장과 심대평 충남도지사, 이원종 충북도지사 등 중부권 3개 민선 광역단체장은 행정을 넘어 경제적으로 상생협력으로 자족경제권을 비전으로 미래형 지방분권 전략을 제시하고 실천했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 그 맥은 끊겼고 경제적 자생력을 상실한 채 저출산 고령화와 코로나19 위기 앞에 인구 감소와 경제 위축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위기는 기회다. 하지만 오늘 대전시정을 보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대전의 미래 비전 수립은 2008년에 수립된 '대전비전 2030'의 큰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중론이다. 그나마 현 시장이 2020년 4월 '대전비전 2050 그랜드 플랜'을 긴급 지시, 2020년 5월 제2회 추경에 '대전비전 2050 중장기발전계획 수립용역' 예산 3억7500만원이 반영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대전시의 미래를 결정할 '대전 미래 그랜드 디자인'은 정치적이거나 근시안적인 틀을 벗어나야 한다. 핵심은 세계 도시 속에서 대전만이 갖는 경쟁력으로 대한민국 도시문화를 선도하는 청사진을 마련해야 하고, 대전만의 고유하고 독창적인 전략과 비전으로 세종과 충남, 충북을 아우르며 선도하는 일류도시를 지향해야 한다는 점이다. '대전 미래 그랜드 디자인'의 수립 방안 또한 요식적인 여론수렴 수준을 넘어서 '대전 시민 합의'라는 민주적 절차를 거쳐야 함은 물론이다. '글로벌 일류 도시 대전', 그 미래는 당리당략과 이념 갈등을 넘어서는 초당적이고도 밑으로부터의 시민 합의로서만이 가능하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