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에서 마약을 판매하는 딜러 A씨가 기자와의 채팅내역을 띄운 핸드폰 옆에 마약을 두고 찍은 인증사진. 사진 상의 마약은 아이스(필로폰) 이다. SNS 캡쳐
텔레그램에서 마약을 판매하는 딜러 A씨가 기자와의 채팅내역을 띄운 핸드폰 옆에 마약을 두고 찍은 인증사진. 사진 상의 마약은 아이스(필로폰) 이다. SNS 캡쳐

[충청투데이 송혜림 기자] 본보 취재진이 온라인상에서 횡행하고 있는 마약 거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나섰지만 실상은 심각했다. 마약 거래상(이하 딜러)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상에서 거리낌 없이 마약 거래를 홍보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지난 일주일간 대전에 거주하는 마약 매수자로 위장해 딜러들과 대화를 나눴다. 

나이나 신분 등은 암묵적으로 비밀에 부쳤고 딜러들은 대놓고 마약의 종류별 메뉴판을 안내하거나 가상화폐 주소를 불러줬다. 취재진 역시 몇몇 은어들만 알면 손쉽게 마약을 접할 수 있는 실정이었다. 휴대전화만 있다면 마약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국내 온라인 마약 거래 현주소는 ‘지금이라도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먼저 취재진은 유튜브와 텀블러, 트위터 등 마약 거래가 판을 친다는 대표적인 SNS에서 ‘대전 마약’을 검색했다. 그러자 마약을 의미하는 은어들이 태그(TAG)된 수십 개의 마약 홍보 게시 글이 확인됐다. 딜러들은 마약의 품질·맛·정량을 완전 보장하는 것은 물론 대전까지 안전하게 배송해 준다며 유혹의 손길을 내밀었다.

취재진은 텔레그램을 통해 홍보 글을 올린 마약 딜러 10명과 대화를 나눴다. 지난주 오후 8시경 채팅창에서 만난 딜러 A 씨는 오프라인에서 2년, 온라인에서 2개월 간 마약 거래를 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A 씨는 물건을 정해진 위치에 미리 갖다 놓고 입금이 확인되면 해당 위치를 알려주는 이른바 ‘선드랍’ 방식으로 마약 거래를 제안했다.

A 씨는 “저번에도 대전 거래 해봤다”면서 “지속해서 마약 할 거면 이번에 추가 확보를 하는 것도 좋다. 대전 갈 때마다 연락드리겠다”고 능수능란하게 거래를 이어갔다. ‘최근 마약 사건으로 단속이 심해지지 않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엔 “전혀 위험하지 않다. 걱정 마라”라고 호언장담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실제 마약이 담긴 인증사진을 보내주고 사기거래가 아니라며 취재진을 안심시키기도 했다. 이튿날 오전 2시경 다른 딜러 B 씨는 먼저 떨(대마초)·아이스(필로폰)·허브(제조 마약) 등 그램 당 가격이 적힌 메뉴판을 안내했다.

송금방식과 관련해선 취재진에게 “대행사, 개인거래소 중 어떤 걸 쓰냐”고 물은 뒤 ‘비트코인’(가상화폐) 지갑 주소를 보냈다.

B 씨와의 대화에선 5분도 채 안 돼 거래가 성사됐다. 취재진이 미성년자임을 암시하자 B 씨는 되려 “무슨 상관이냐”라고 일갈했다.

지난 6일 오후 7시경 대화를 나눈 딜러 C 씨는 “황하나 마약사건으로 유명한 ‘눈꽂술’이 입고됐다”라면서 구매를 먼저 제안해왔다.

C 씨 역시 비트코인 이용을 안내했고 입금이 확인되면 마약을 포장해 버스로 배송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실태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최근 온라인 마약 거래가 활성화돼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며 “텔레그램 같은 SNS는 휘발성이라 수사에 어려움을 느끼나 수사에 만전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혜림 기자 eeyyii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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