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송혜림 기자] 먹는 낙태약 ‘미프진’이 국내 첫 공식 도입이 가시화됐으나 각계각층에서 찬반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여성단체와 종교계 등 낙태 행위를 바라보는 상반된 가치관이 서로 충돌한 탓이다.
올해 초 낙태죄 폐지 논란에 이어 낙태약 논쟁 재 점화 가능성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4일 제약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약품은 지난 2일 영국 제약사 라인파마 인터내셔널과 경구용 임신중단약물의 국내 판권 및 독점 공급계약을 맺었다.
미프진(성분명 미페프리스톤)은 자연유산유도 약물로써 자궁 내 착상된 수정체에 영양 공급을 차단해 자궁과 수정체를 분리시키고 자궁수축을 유도해 수정체를 몸 밖으로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그동안 경구용 임신중단 의약품은 국내 품목 허가를 받지 못했으나 2019년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은 후 사실상 처벌근거가 사라지게 됐다. 이 같이 이젠 미프약 등 낙태약을 합법으로 거래할 수 있다는 희소식에 대전지역 여성단체는 매우 환영하는 입장이다.
그간 낙태약이 텀블러·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서 빈번히 불법 거래됐고 가짜 낙태약의 위험성에 쉽게 노출되는 처지에 놓여왔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5월 대전에서 중국산 가짜 낙태약을 미국 식품의약품 승인을 받은 미프진으로 속여 300여명에게 불법 거래한 일당이 붙잡히기도 했다.
박이경수 대전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은 “미프진은 이미 전 세계 70여 개 국가에서 사용 중이며 지금까지 알려진 약물 중 가장 안전하고 성공률도 높다고 평가 받는다”라면서 “미프진 구입에 있어 건강보험 적용 등 법제 기반도 함께 확대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낙태약 국내 도입에 반대하는 여론도 거세다.
낙태를 생명 윤리적인 관점에서 비난하는 종교계는 낙태약 도입에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대전의 한 개신교 목사는 “태아는 엄연히 인격체”라면서 “생명을 쉽게 죽이는 일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낙태약이 도입되면 낙태율은 늘 수밖에 없다. 다른 목사들도 모두 공감하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미프진의 안전성을 의심하는 일부 의료계 역시 반대 견해를 표하고 있다. 서구의 한 산부인과 의사는 “미프진은 임상시험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약물이다. 일부 복용자는 두통·복통을 겪거나 심할 경우 과출혈한 피해사례도 있다. 여성들의 건강을 위해서도 약물 도입은 신중해야 한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송혜림 기자 eeyyii6@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