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전역 변희수 전 하사
1년 법정싸움 끝 죽음선택
집 앞엔 소주병·조의 봉투

▲ 성전환 수술을 한 뒤 강제전역한 변희수 전 하사가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4일 국회 정의당 대표실 앞에 변 전 하사를 추모하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연합뉴스

[충청투데이 김희도 기자] 지난해 1월 성전환 수술후 군에서 강제전역당한 변희수(23) 전 하사가 결국 복직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쓸쓸이 생을 마감했다. 트렌스젠더 1호 군인의 꿈은 논란을 남긴채 결국 죽음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성 전환을 이유로 전역을 결정한 육군을 상대로 1년여 법적대응을 이어가던 변희수 전 육군하사가 3일 청주 자택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변 전 하사가 이날 오후 5시 49분 자택에서 숨져 있는 것을 출동한 소방대가 발견했다. 소방당국은 변 전 하사에게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상당구 정신건강센터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센터 측은 "상담자였던 변 전 하사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적이 있는 데다 지난달 28일 이후 소식이 끊긴 점을 이상히 여겨 소방당국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시신의 부패 정도로 미뤄 변 전 하사가 숨진 지 상당 시간 경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장에서 유서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최근 심적으로 힘든 상태였다는 것 말고는 확인되는 게 없다"며 "유족과 지인 등을 상대로 경위를 파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변 전 하사는 2017년 육군 기갑병과 전차승무특기로 임관해 경기 북부 한 육군부대에서 부사관으로 복무 중 2019년 11월 휴가를 내 해외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그는 계속 복무하기를 희망했으나, 육군은 변 전 하사에게 고환 및 음경 결손 등을 이유로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리고 지난해 1월 22일 전역을 결정했다.

이후 변 전 하사는 육군본부에 인사소청을 제기했다. 그러나 육군은 "전역 처분은 적법하게 이뤄졌다"며 기각 결정을 내리자 계룡대 관할 법원인 대전지법에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전역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냈다. 대전지법 행정2부는 다음 달 15일 이 소송 첫 변론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변 전 하사가 숨진 채 발견되자 국방부도 애도를 표했다.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은 4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고 변 전 하사의 안타까운 사망에 대해서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문 부대변인은 성전환자 군복무 관련 제도개선을 검토하느냐는 질문에는 "현재 성전환자 군복무 관련 제도개선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한 바는 없다"고 밝혔다.

그동안 변 전 하사를 지원해 온 군인권센터의 한 관계자는 "변 전 하사는 첫 상담 때부터 심리적인 부분을 잘 얘기하지 않아 주변을 통해 파악하곤 했다"며 "심적으로 힘들어도 군인답게 혼자 감내하려는 면모가 강했다"고 안타까워했다.

변 전 하사가 숨진 채 발견된 지 하루가 지난 4일 그의 집 앞에는 소주병과 조의금 봉투 등이 놓였다. 봉투에는 '평안하세요'라는 글귀가 쓰여 있었다.

김희도 기자 huido021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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