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 걸어 막는다면 100번 걸어”
여권 수사청 입법 강행 맹비판
보궐선거 앞 정치진출 의도했나
野 후보 중 유일하게 여론 지지
충청 야권 정계개편 내심 기대

▲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오후 직원과의 간담회를 위해 대구고검과 지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충청투데이 이심건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여당의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 강행을 비판하는 '작심 발언'의 파장이 충청 정치권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해 '추미애-윤석열 갈등'이 재연될 우려 속에 윤 총장의 정치권 진출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향후 전개에 이목이 집중된다.

3일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윤 총장이 한 언론 인터뷰에서 "직을 걸어 막을 수 있는 일이라면 100번이라도 걸겠다"며 여권의 수사청 입법 강행을 강한 어조로 비판하자 발언의 시점과 내용에 정치적 의도가 담긴 것 아니냐는 관전평이 나왔다.

실제로 윤 총장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의 극한 갈등 과정에서도 '사퇴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는 점에서 이번 발언은 이례적이다.

차기 대선 출마를 위한 포석을 깐 것 아니냐는 것이다.

윤 총장은 여당의 검찰개혁 압박 속에도 한동안 침묵을 지켜왔다.

대선 전초전으로 여겨지는 서울과 부산시장 선거가 불과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공개적으로 비판을 내놓은 점 등이 이 같은 해석을 낳았다.

윤 총장이 검찰총장에서 물러나면 자의든 타의든 정치권으로 들어와 유력 차기 대선주자로 서게 될 것이란 게 정치권의 전망이다.

충청 야권은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앞서 중진급인 정진석(충남 공주부여청양) 의원과 홍문표(충남 홍성예산) 의원 모두 '윤석열 충청 대망론'을 언급해왔다.

윤 총장은 지난해 '추미애-윤석열 갈등'에서 유력 차기 대선주자로 잠재력을 드러냈다.

올 들어 지지율을 상당 부분 반납했지만 본격적으로 정치권에 뛰어들었을 때 의미 있는 지지율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여전히 살아있다.

실제로 윤 총장은 현재 여론의 지지를 받는 거의 유일한 야권의 대선주자로 부상한 상태다.

지난달 22~26일 리얼미터가 전국 2356명에게 실시한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윤 총장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같은 15.5%로 공동 2위를 기록했다. 1위는 23.6%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였다.

야권 잠룡 후보군 지지율이 대부분 한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윤 총장이 수개월째 이 대표, 이 지사와 함께 '빅3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윤 총장이 정치권에 들어올 경우 정치권에 미칠 파장도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에선 그동안 윤 총장을 둘러싸고 '제3지대 시나리오' 등이 회자되며 정계개편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지역 한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의힘 충청권 의원들이 윤 총장을 중심으로 한 충청 지역 정당 시나리오 얘기를 하고 다니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윤 총장이 차기 대선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윤 총장이 오는 7월 임기까지 현직 업무를 수행할 경우 물리적으로 대선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 또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이 야당 후보로 나서는 데 대해 보수 진영의 반감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심건 기자 beotkkot@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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