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석 이동 금지 안내 무용지물
노마스크 상태로 합석·스킨십
방문객 “암암리에 헌팅 다한다”
주점측 “제지방법 마땅히 없어”
둔산동의 밤

▲ 2월 28일 오후 11시경 찾은 대전 서구 둔산동의 한 주점 입구. 헌팅과 춤을 금지한다는 문구가 대형 스크린을 통해 송출되고 있다. 사진=송혜림 기자

[충청투데이 송혜림 기자] “저희가 손님들끼리 헌팅하는 것까지 제지할 순 없어요. 5인 이상 모이는 건 막고 있지만….”

연휴 막바지인 지난 28일 오후 11시경 찾은 대전 서구 둔산동의 A주점. 이 주점 입구에는 이용객들을 대상으로 ‘헌팅금지’ 조치를 안내하는 대형 문구가 버젓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나 주점 내에선 일면식이 없는 젊은 남녀 간 합석이 자유롭게 이뤄지고 있었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대화를 나누거나 밀접한 ‘스킨십’을 하는 모습이 심심찮게 목격되기도 했다.

이 주점은 대형스크린을 통해서도 좌석 이동을 금한다는 내용을 안내하고 있었지만 사실상 무용지물에 그쳤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2주간 연장된 데다가 지역 소규모 감염도 각지에서 지속되고 있지만 대전 번화가에선 일부 유흥을 즐기는 젊은층으로 인해 감염병 사태가 무색한 광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A주점 뿐만 아니라 인근 B주점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같은날 오후 10시경 찾은 B주점은 앞서 지난달 초 서울 광진구에서 헌팅 등으로 인해 50명 이상의 누적 확진자가 발생한 헌팅포차와 동일한 가맹점이었지만 이를 우려하는 시민들은 없었다.

오히려 주점 내에선 70명 이상의 이용객이 운집해 대부분 ‘노마스크’ 상태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펼쳐졌다.

특히 테이블간 소통을 위해 설치된 태블릿에는 ‘여성분들과 친해지고 싶다’, ‘술 한 잔 사겠다’ 등 헌팅을 목적으로 한 채팅 대화가 빈번히 이뤄졌다.

불과 30분 새 남녀 무리가 좌석을 옮겨다니며 합석하는 모습이 포착됐고 태블릿 화면에는 ‘이동 중엔 마스크를 써달라’는 문구가 수시로 송출됐지만 이를 지키는 이용객은 드물었다.

이날 B주점을 방문한 한 20대 여성은 “당연히 헌팅을 하러 오는 술집”이라며 “코로나 감염 우려는 떠들다 보면 잊혀진다”고 말했다.

또 A주점을 나서는 이용객들은 ‘헌팅이 금지된 사실을 모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사회적 거리 두기 끝난 거 아니냐”, “암암리에 다 한다” 등의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일각에선 불과 지난달 서울 헌팅포차에서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한 만큼 이같이 유흥을 즐기는 젊은층에 대한 비판이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주점 측에선 이를 제지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아 여전히 시민 의식에 기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한 주점 관계자는 “직원들이 몰래 이뤄지는 헌팅 행위나 같은 일행이라고 소개하는 남녀 손님들을 조처를 할 방도가 없다”며 “헌팅을 하면 안 된다고 안내하며 최대한 제지하곤 있지만 저희도 답답한 입장”이라고 토로했다.

송혜림 기자 eeyyii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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