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원 한국한의학연구원 미래의학부 선임연구원

▲ 윤지원 한국한의학연구원 미래의학부 선임연구원

코로나19(이하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이혼율이 증가하고 있다.

코비디보스(Covid+divorce의 합성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재택근무 확대, 돌봄시설인 학교의 휴업으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가정폭력이나 가족 간 갈등과 같은 가정 문제 증가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은 사회적 거리두기의 여파로 5인 이상의 모임이 불가능해지면서 귀경을 포기한 덕에, 명절 스트레스가 없어지며 오히려 이혼율이 감소했다고 한다.

코로나로 인해 대기오염은 감소했지만 마스크나 일회용품 사용의 증가로 환경오염 문제가 더 대두되는 것과 같은 아이러니함이다.

코로나로 인한 거리 두기 때문에 생겨난 불안과 우울은 코로나 블루, 우울함이 지속되고 억울한 정서까지 이른 것을 코로나 레드라고 하여 정신건강의 적신호로 보고 있다.

원래 한의학의 체질의학에서는 슬픔과 분노, 즉 애노희락(哀怒喜樂)의 애노(哀怒)는 같은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고 여겨 기운을 위로, 옆으로 뻗치게 한다고 본다.

감정이 신체화 증상을 일으키는 것인데 이는 전통적인 의미의 화병과도 같은 맥락이다.

옳지 못한 억울한 일을 당했다고 여기거나 한스러운 일을 겪으며 스트레스인 화가 쌓이고, 이것을 제대로 풀지 못하면 생기는 몸과 마음의 질병을 통칭한다.

가슴이 답답해 숨이 위로 치받고 목에서 탄 냄새가 난 듯 하며 특히 열이 머리 꼭대기까지 솟아올라 인체의 상부인 어깨도 쑤시고 목도 아픈 것 같고 목이 깔깔한 듯도 하게 된다.

온 몸의 기운이 잘 소통돼야 하는데 흐름이 막히고 통하지 않아서 아프게 된다.

원래는 화병은 한국에서 스트레스를 발산하지 못하고 참는 일이 반복돼 발생하는 일종의 스트레스성 신체화 장애를 일컫는 말이고 한의학으로도 많은 치료 방법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처방으로 당귀, 작약, 시호, 백출, 복령, 박하, 감초, 생강으로 구성된 소요산(逍遙散)을 꼽을 수 있다.

이 처방의 이름인 ‘소요(逍遙)’에 다음과 같은 국어사전의 사전적 뜻을 약간의 말장난으로 엮어보면 우리는 이 처방을 좀 더 쉽게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음에 소요(騷擾, 떠들썩하게 들고 일어나는 술렁거림과 소란) 있을 때면,

마음을 안정시켜야 할 소요(所要, 필요로 하거나 요구되는바)가 있을 때면,

그 때 바로 이 소요산(逍遙, 자유롭게 이리저리 슬슬 거닐며 돌아다님)散)이 필요하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올라가며 사람을 만나는 것도 자연을 벗 삼아 돌아다니는 것도 여의치 않게 됐다.

상당수 집 밖에서 진행되는 일들이 집 안으로 들어와 일, 학습, 양육, 문화생활 등을 집이라는 한정적인 공간에서 하게 된 요즈음, 마음의 불이 치솟을 때면 소요산 말장난을 떠올려 보는 것은 어떨까.

꼭 필요한 일을 위해 밖을 나가는 지금의 모습 대신 따뜻해진 날씨에 햇살을 받으며 목적이나 방향 없이 어슬렁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는 모습을 말이다.

원효대사가 마음 수련을 위해 올랐던, 한자까지 똑같은 동두천시의 소요산(逍遙山)에 오르는 상상을 하면 더 좋을 것 같다.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바라며 마음의 불을 훌훌 날리고 조금이라도 더 편한 마음, 통하는 마음이 되길 바라본다.

언젠가는 마스크를 벗고 입까지 활짝 웃을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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