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호 충청남도 소방본부장

요즘 들어 사람뿐 아니고 세상 모든 것에도 생명주기가 있어 새롭게 태어나고 없어지는 것이 많다는 것을 더욱 체감하게 된다. 더구나 아침과 저녁에도 달라진 것이 있을 만큼 사회환경의 변화 속도는 따라가기가 버겁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소방도 현장에서 이러한 변화를 실감하고 있으며 고령화사회에서 노인의 안전 확보가 소방의 가장 큰 과제로 부상됐다. 우리나라는 2025년이면 65세 이상의 노인인구 비율이 20%가 넘는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나라 전체의 평균일 뿐이다. 이미 농어촌 지역은 초고령사회가 시작됐다. 충남만 하더라도 천안, 아산, 서산, 당진, 계룡시를 제외한 10개 시·군의 노인인구 비율이 20%를 초과하고 있으며 30%를 넘은 지역도 3개 군이나 된다.

이런 인구변화로 소방상황도 변하고 있다. 화재로 인한 사망자의 60%, 구급차 이용자의 43%가 노인이다. 인구 비율로 본다면 다른 연령층에 비해 위험도가 3배 정도나 높다. 또한 과거에는 대형시장이나 산업시설이 주로 대형화재 취약대상이었다면 이제는 노인요양시설이 가장 난이도 높은 대상이 되었다. 충남은 수도권과 가까워 산업시설도 많지만 전통적 농어촌 지역이기 때문에 도농 복합적인 특성이 명확히 나타난다. 그래서 소방안전도 지역 특성에 따라 맞춤형으로 추진해야 한다.

요즘 노인복지시설 중 주야간보호센터를 어린이 유치원에 비유해 ‘어르신 유치원’ 또는 ‘노치원’이라고도 부른다. 이 시설이 어르신을 돌보는 보호자 역할을 하고 있으며 운영 프로그램 상당 부분이 학습이나 놀이 활동 등으로 유치원의 교육 프로그램과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일 것이다. 그래서 도민의 안전을 위한 서비스도 복지행정과 연계시켜 제공해야 훨씬 효과적이다. 젊은 계층을 대상으로 한 소방홍보는 대중매체를 이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지만 노인을 대상으로 한 홍보는 동네 사정을 소상히 알고 있는 이장이나 사회복지 관계자를 통하는 방법이 더 효과적이다. 소방교육도 마찬가지다. 학습활동이 활발하고 호기심이 많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교육과 노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은 내용과 방법에서 모두 특화돼야 하는 것이다. 어설프게 고민해서는 우리 도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쉽지 않은 시대인 것이다.

그래서 충남 소방은 새로운 서비스 개발에 고심하고 있다. 노인 가구에 대한 소화기와 화재경보기 무료 보급 사업을 더욱 확대하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화목보일러실에 화재의 확산을 막아주는 간이스프링클러를 무료로 설치해주는 사업을 시작했다. 지역주민인 의용소방대원은 집집 마다 정기적으로 찾아가는 도우미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사회복지 기관과 협업해 119신고가 접수되기 이전에 예방적 차원에서 시행할 수 있는 여러 프로그램도 함께 모색하고 있다.

올해 충남도가 역점적으로 시작한 ‘걷쥬’ 캠페인은 도민의 건강을 지켜주기 위한 적극적이고 예방적 차원의 정책이다. 하지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되는 것처럼 아무리 우수한 행정서비스도 도민들의 활발한 참여와 관심이 없으면 성공하기 힘들다. 소방기관의 문은 도민들에게 언제나 활짝 열려있다. 모든 도민이 참여해 건강하고 안전한 충남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함께 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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