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빈·취재2부 기자

여자 프로배구 ‘핫 플레이어’이던 쌍둥이 자매가 과거 학교폭력 가해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연일 소란이다. 학교 배구부 시절 자매의 악행은 차마 듣기 괴로울 정도로 잔인했으며 그처럼 안하무인으로 커가는 와중에도 잘못을 꾸짖는 어른이 없었다는 사실은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자매를 시작으로 최근 지역 프로스포츠 연고 팀인 삼성화재블루팡스와 한화이글스 소속 선수들에 대한 ‘학폭 미투’도 이어졌다.

또 지난해에는 고 최숙현 선수가 지도자와 동료 선수로부터 가혹행위를 당하고 스스로 세상을 등지는 비극이 있었다.

취재 당시 한 지역 체육계 인사는 “어렸을 때부터 운동만 해온 선수들에게 폭력에 노출되더라도 고발한다는 건 체육계를 영영 떠난다는 의미”라며 “더군다나 선수들에게 ‘그 라인이 그 라인’이라는 생각이 만연해 신고해도 소용없다는 인식도 많다”고 전했다.

이르면 초등학교부터 운동부에 속해 전문 체육인의 길을 걷기 시작하는 꿈나무들에게는 운동만이 전부고 살 길인 셈이다.

여전히 선·후배 간의 수직적인 문화와 규율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폭력을 당했다고 하더라도 쉽사리 털어놓을 수 없는 까닭이다.

작금의 사태와 상이하게 대전시체육회의 경우 폭력 신고 사례는 아직 0건이다. 간접적인 경험부터 들려오는 이야기까지 실사례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신고 건수가 없다는 사실은 사뭇 기형적이다. 폭력에 대한 부분만큼은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기 전에 앞서 걱정할 필요가 있다.

지난 19일 열린 시체육회 2021년 1차 이사회에서 스포츠 폭력에 대해 경미한 경우에도 중징계인 자격정지, 중대한 경우 영구제명 적용 등의 징계기준을 강화하는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을 개정했다. 허태정 대전시장도 같은 날 판암선수촌을 방문해 스포츠 폭력 간담회를 열고 직장 운동부 선수들의 고충을 청취했다.

수면 위로 떠오른 사건들은 엄정히 처벌하되, 샅샅이 또 지속적인 실태조사를 해야 한다. 공정한 페어플레이를 지향하는 스포츠 정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단호히 레드카드를 꺼내들 때다.

권력을 등에 업고 타인을 무참히 짓밟은 과거에 옐로카드는 없다.

오랜 시간 피나는 훈련을 한 선수가 실제 경기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한다 해도 다시 재경기를 할 수 없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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