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대전 ‘노잼도시 탈출’ 프로젝트] 4편, 대전 칼국수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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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투데이 전민영 기자] 딱히 내놓을 것 없는 '노잼 대전'이라지만 대전에서도 주목할 만한 키워드가 있다. 

바로 칼국수.

대전은 '칼국수의 도시'라 불릴 만큼 칼국수가 대표 향토음식으로 자리매김했다. 일제 강점기 철도 교차점의 배후도시였던 대전. 당시 미국의 구호물자인 밀가루가 철도로 운송되면서 면 종류 음식이 유명해졌다고 한다.  전국 최초로 칼국수축제가 열릴 정도다.

현재 대전에는 365일 내내 들려도 부족할 만큼 이름만대면 알만한 유명칼국수집도 무수하다.
반백년, 2·3대를 잇는 역사와 전통을 고스란히 담은 가게부터 젊은 입맛에 맞춰 변형된 2030 칼국수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이번 편에서 충청투데이 '대전 노잼도시 탈출' 프로젝트팀은 칼국수 맛집을 찾아 여정은 떠난다. 그 중에서도 오늘 하루의 기분따라 골라 먹을 수 있는 칼국수 성지를 꼽아 봤다.<편집자주>

◆우울한 날이면 생각나는 그 맛, 할머니가 해주던 옛맛 오징어찌개 칼국수

소나무집 오징어찌개칼국수
소나무집 오징어찌개칼국수

우울한 날이면 떠오르는 '푸근한 맛'이 있다. 할머니가 끓여주는 '옛날의 맛'으로 우울함을 위로를 받고 싶을 때 찾는 대전의 오래된 맛집 중 한 곳. 시골장터에서나 볼 법한 국밥 맛도 나고, 어릴 적 어머니가 끓여 준 오징어국 맛도 나는 오징어찌개 칼국수다. 오징어찌개 칼국수는 다른 칼국수들과 근본부터 다르다. 들기름에 달달 볶은 오징어에 무, 파 고추 등을 함께 넣고 끓이면 끝.

소나무집 오징어찌개칼국수
소나무집 오징어찌개칼국수

반찬도 총각무 하나가 달랑. 더 이상의 반찬은 필요하지 않다. 칼국수에 총각무를 싸 먹으면 김치의 시큼한 맛이 국수와 묘하게 잘 어울린다. 오징어찌개칼국수를 가장 맛있게 먹는 비법이다. 국물 또한 매콤새콤하면서도 시큼한 맛이 난다. 초반에는 국물의 뒷맛이 강하지 않은데 계속 끓여 졸이다 보면 매콤하고 진한 맛이 남는다.

소나무집 오징어찌개칼국수
국물에 밥을 볶은 오징어찌개칼국수

한국 사람들은 탄수화물에 진심이라고 했던가. 면을 먹은 후 국물엔 다시 들기름을 넣고 밥을 볶아 먹어야 한다. 국수를 먹는 동안 졸여진 국물은 풍미가 더욱 진해진 상태. 국물을 약간 덜어내고 볶아주면 든든한 한 끼가 완성된다.

사실 오징어찌개칼국수는 첫 방문에서 '참맛'을 느낄 수 없다. 2번 이상 방문했을 때 비로소 "이전과 다르게 감칠 맛 난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3대째에 걸친 소나무집은 그만큼 오래되고, 또 입소문이 난 곳이다.

소나무집 오징어찌개칼국수
이미 수차례 소개된 유명 맛집인 소나무집

50여년전 남편이 군에 입대하자 할머니는 아이 둘을 키우기 위해 국수와 막거리 장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당시 오징어국수가 먹고 싶다는 한 단골손님의 요구에 김장김치를 꺼내 오징어와 함께 끓여줬더니 호평이 쏟아졌다. 할머니는 그렇게 시작한 오징어국수는 현재 대전의 없어서는 안 될 명물로 자리 잡았다.

◆기분 좋은 날 먹으면 더 좋다, 새콤달콤 비빔칼국수

뽀뽀분식 비빔칼국수
뽀뽀분식 칼국수, 비빔칼국수, 김밥(2줄)

기분 좋은 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기쁨이 배가 된다고 했다. 기분 좋은 날 먹기 좋은 새콤달콤한 칼국수, 바로 비빔칼국수다. '대전 비빔칼국수'로 이미 알 사람은 다 안다는, 이름도 귀여운 '뽀뽀분식'

뽀뽀분식 비빔칼국수
뽀뽀분식 비빔칼국수

대표메뉴는 단연 비빔칼국수다. 비빔칼국수는 뜨거운 국물이 아니라 쫄면처럼 빨간 양념에 버무려 나온다. 과거 한 손님이 고추장을 달라고 해 칼국수에 비벼 먹는 모습을 보고 탄생했다고 한다. 비빔칼국수에 들어가는 양념은 무즙에 버무린 문어를 삶아 껍질을 벗긴 뒤 다지고, 찹쌀가루를 넣어 만든 '문어 찹쌀풀'로 만들어진다. 때문인지 감칠맛과 담백함이 유독 도드라진다.
뜨거운 국물이 없는 덕에 더운 여름날에도 인기다.

입을 상쾌하게 만드는 새콤달콤한 소스만을 기대했는데, 손님들에게 비빔칼국수에서 호평을 받는 건 하나 더 있다. 바로 쫄깃쫄깃한 면발. 칼국수라고 생각하면 밀가루 향내가 듬뿍 나는, 말랑말랑한 칼국수 면발을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비빔칼국수는 쫄면 같기도 하고, 칼국수 같기도 한 탱글탱글한 쫄깃함을 가지고 있는 게 특징이다.

뽀뽀분식 (그냥)칼국수
뽀뽀분식 (그냥)칼국수

비빔칼국수와 양대산맥을 이루는 하얀 국물의 칼국수는 맑고 순한 맛이 난다.

 

◆짜증은 얼큰함으로 날려라, 땀을 쫙 빼주는 얼큰칼국수

동양분식 얼큰칼국수
쑥갓을 올린 동양분식 얼큰칼국수

'한국인' 하면 '얼큰', '얼큰' 하면 곧 '한국인' 아닌가. 해장하러 가서 얼큰한 칼국수에 땀을 쫙 뺀 후, 다시 술 한 잔을 들이키는 게 한국인의 미덕이라는 말이 있다. 이처럼 고춧가루가 듬뿍 들어간 얼큰칼국수는 짜증이 가득한 날 찾으면 더욱 좋다.

동양분식 얼큰칼국수
동양분식 얼큰칼국수

공주칼국수의 매움은 첫 숟갈에 느낄 수 없다. 하지만 한 그릇을 비우다 보면 어느새 등에서 땀이 삐질 삐질 흐르면서 얼큰함이 온몸에 퍼져 있다. 내면에 있던 울적함이 짜증이 땀과 함께 빠져나가는 기분이다. 얼큰칼국수를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다진 양념과 쑥갓을 듬뿍 넣고 잘 섞어주면서 숨을 죽인 후 함께 곁들여 먹어야 한다. 족발과 막걸리까지 곁들이면 금상첨화.
특히 얼큰 칼국수는 칼국수 면의 정석이라 할 수 있다. '밀가루 맛' 특유의 맛과 식감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딱이다.

동양분식 얼큰칼국수
동양분식 족발

현재 용전동 행정복지센터가 있던 자리에서 9년 정도 영업하다 이곳으로 이전해왔다. 현재 자리에서는 17년째다. 번화가도, 대로변도 아니지만 이곳을 지켜온 오랜 시간만큼 입소문이 나면서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심심할 때 찾게 되는 색다른 맛, 퓨전음식 어탕칼국수

동양분식 얼큰칼국수
미복어탕칼국수 어탕칼국수

불고기 파스타, 김치버거 등 각종 음식의 콜라보레이션이 생겨나는 요즈음. '빨간 칼국수', '하얀 칼국수'로만 구분되던 대전의 칼국수도 변화하고 있다. 입이 심심해 구수한 국물도 먹고 싶고, 밥이 아닌 국수도 먹고 싶을 때 찾을 수 있는 퓨전칼국수, 바로 어탕칼국수다. 용계동의 떠오르는 신흥강자로, 최근 입소문을 타고 있다.

원래부터 낚시를 좋아한다는 사장님. 직접 잡은 민물고기로 집에서 만들던 어탕찌개가 어탕칼국수로 발전했다. 민물고기 3~4종류를 통한 구수한 국물에 특히 쌀쌀한 날엔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들개가루, 고추장 등 각종 식재료를 적절히 곁들여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어죽, 어탕을 싫어하는 이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맛이다. 너무 맵지도 않아 어린이들도 즐길 수 있다.

동양분식 얼큰칼국수
미복어탕칼국수 메뉴판

전민영 기자 myje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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