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된 지 사흘 만에 코로나19 확진자가 600명을 넘어섰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어제 0시 기준 신규 환자는 621명으로 지난달 10일 이후 38일 만에 다시 600명대로 올라섰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4차 대유행의 전조일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충남 아산의 한 보일러 공장에서 무더기 감염사태가 발생해 방역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이 보일러 공장 직원과 가족 등 120여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코로나19는 방역의식이 해이해진 틈을 여지없이 파고든다. 친지모임, 직장, 병원, 학원과 같은 일상 공간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터지고 있다. 확진자의 동선을 조사해보니 역시나 방역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사실이 대거 적발됐다. 5인 이상 모임금지 규정을 어기거나, 소위 3밀(밀접·밀집·밀폐) 환경에서 주로 감염이 일어났다. 앞으로 설 명절연휴 인구 대이동에 따른 영향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 못한다. 애써 지켜온 방역망이 무너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직원 집단감염이 발생한 아산 보일러공장은 전형적인 3밀 환경이었던 것으로 방역당국 조사결과 밝혀졌다. 환기가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은데다 근로자들은 거리두기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마스크 착용이 소홀한 사실도 적발됐다. 단체 식사와 탈의실과 목욕장 공동사용이 감염을 키운 것으로 추정된다. 재발방지 차원의 대책마련이 긴요하다. 보건당국이 관내 50인 이상 기업체 전체를 대상으로 현장 점검을 벌이기로 한 까닭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했다고 해서 절대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 거리두기 단계 조정은 일상생활의 회복이 아닌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생계를 고려한 불가피한 조처임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 확실하게 코로나19를 제압하지 못하면 다가오는 새학기 개강도 장담할 수 없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어제 중대본 회의에서 "살얼음판을 걷는 방역상황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곳곳에서 드러나는 해이해진 방역 의식"이라고 강조한 대목이 가슴에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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