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종 충남교육청 행정국장

학교시설은 불과 5~6년 전만 해도 사용자인 학생 중심이 아니라 공급자인 학교관리자와 일부 전문가의 아이디어로 기획·설계돼 만들어졌다. 어른들의 생각으로 만들어진 학교 공간은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미래 교육여건과 다양한 교육과정에 대한 수요를 담아내지 못했고, 어색하고 불편한 공간은 학생과 교사에게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불편함과 피로감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이 기간에 충남교육청은 천안·아산·당진·서산지역을 중심으로 43개 학교와 다목적 강당, 체육관 시설 90동을 새로 짓고, 교실 1212실을 증·개축하는 등 1조 1500억원을 투입해 교육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일부 신설학교에선 학생을 배치할 교실이 부족한 현상이 발생해 개교 직후 교실 증축 공사를 시행해야 하는 문제점도 있었다. 또 사업 추진 일정의 빠듯함과 겨울철 공사 추진 등으로 견실한 시공이 되지 않아 하자가 발생하는 예도 있었으며, 이로 인해 학생과 교직원이 불편을 겪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최근 미래 교육의 방향과 교육과정에 걸맞게 교육 시설 환경도 바뀌어야 한다는 인식의 변화에 발맞춰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 있다. 바로 ‘학교공간혁신사업’이다. 이는 학교 공동체의 요청에 따라 학교 특성과 교육과정에 맞는 사업을 선택해 시설을 개선하는 것으로, 현재 공모를 통해 420개 학교를 선정하고 1400억원을 투자해 추진하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는 낡은 교육 시설 환경을 개선해 학습과 놀이·휴식이 있는 학생 중심의 놀이 쉼터, 교수학습 활동에 필요한 맞춤 공간, 감성과 창의성이 발현되는 다양하고 유연한 삶의 공간으로 학교시설을 만들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이 사업은 학생과 교직원, 나아가 학부모 등이 함께 참여해 아이디어와 생각을 도화지에 하나하나 채워나가는 학교 사용자 주도적 참여 설계라는 ‘사전 기획’단계를 거쳐 설계의 기초를 마련하고 있다. 예를 들면 과거에는 놀이 공간들이 운동장 끝에 자리잡고 있었지만, 이제는 교실 옆 실내공간에 다락방, 암벽등반, 미끄럼틀, 방방(트램펄린) 시설 등을 만들어 학생들이 편리하게 놀이와 운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도서실과 컴퓨터실은 융합커뮤니티 공간으로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학생들의 기발한 발상과 참신한 아이디어, 교수학습 활동의 주체인 교사들의 숙의와 브레인스토밍 과정을 거쳐 학교 공간을 꾸미고 있다. 이렇게 구성된 놀이와 학습공간에 대한 활용도와 만족도는 상당히 높다.

충남교육청은 앞으로 3~4년 내 천안·아산 등 도시개발 지역에 6500억원을 들여 초·중학교 23개교를 신설할 예정이다. 또 올해부터 5년간 1조 2000억원을 투자해 40년 이상 된 낡은 교실을 학습과 쉼, 놀이가 공존하는 학교로 개축하거나 새 단장(리모델링) 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특히 이들 학교시설은 첫째 학습과 융합 수업을 위한 공간혁신, 둘째 친환경 생태교육을 체험하는 그린학교, 셋째 미래형 교수학습 활동이 가능한 디지털 기반 스마트 학습환경, 넷째 학교의 시설 복합화로 지역사회의 교육 참여를 넓혀 줄 교육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공간이 사람을 움직인다’라는 말이 있다. 학교는 수업이 이뤄지는 배움의 공간 뿐 아니라 쉼과 놀이가 함께 공존하는 공간 또한 필요하다. 새로 단장해 미래학교로 탈바꿈하게 될 학교는 100년을 내다보는 교육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일직선으로 길게 늘어진 교실 복도는 학생들을 위한 놀이시설이나 휴식공간, 소통 공간으로 꾸며 주고, 학생들이 이용하는 화장실도 더 아름답고 편리하게 꾸며 보면 어떨까? 여기에 학생과 교사, 전문가의 집단지성을 활용해 감성이 담긴 디자인으로 표현해 보길 권하고 싶다. “학생이라는 죄로, 학교라는 교도소에서, 교실이라는 감옥에 갇혀, 공부라는 벌을 받고, 졸업이라는 석방을 기다린다”라는 어느 작가의 글귀가 빛바랜 말이 되도록 이제부터 학교 공간을 확 바꾸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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