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수술 힘들었지만 친구들 만날날 기대하며 재활 집중
성실함 덕 체육부장 맡고 반에선 분위기 메이커 역할도
초심 잃지않고 숨은보석찾기와 꿈 계단 차근차근 오를 것

[숨은보석찾기캠페인] ② 다이아몬드를 닮은 서준이 (上)

[충청투데이 한유영 기자] 올해 1년간 진행되는 ‘숨은보석찾기’ 캠페인은 지역 소외계층 아동들이 차별 없는 교육 기회를 제공받고 꿈 앞에 놓인 장애물을 수월히 넘을 수 있도록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전지역본부와 ㈜유토개발, 충청투데이가 함께 힘을 모아 마련됐다. 충청투데이는 월 2회 지면을 통해 아동들의 꿈과 사연을 소개하고 있다. 12명의 ‘숨은보석’ 중 두 번째 주인공은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 수사관) 꿈을 키워나가고 있는 최서준(15·가명) 학생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단단하고 견고하게 빛나는 다이아몬드를 닮은 서준이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아울러 살펴보자. <편집자주>

“2번의 수술을 이겨내고 단단해진 몸과 마음”

초등학교 3학년 10살이 되던 해 생각지도 못한 수술을 받게 됐다. 처음엔 단순히 팔목과 발목이 아팠을 뿐이었다. 그러다 배가 아파왔고 곧이어 통증은 다리까지 옮아갔다. 이 곳 저 곳을 헤집고 제 멋대로 돌아다니는 뾰족한 송곳 덩어리가 온 몸 구석구석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어느 순간엔 걷지도, 일어서지도 못할 만큼 고통스러웠다. 병원을 찾았으나 병명을 알아내진 못했다. 의사 선생님은 큰 병원에 가야한다고 했다. 두려웠다. 다시는 걷지 못하게 되는 건 아닐까 조바심이 났다. 하지만 사랑하는 엄마와 친구들이 슬퍼하는 얼굴을 보며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수술 후엔 괜찮아질거야” 특유의 긍정적인 성격이 도움이 됐다.

서울에 올라가 수술 일정을 잡았다. 고관절에 고름이 가득 차 있어 이 부분을 수술로 제거해야 한다고 했다. 생각보다 큰 수술이었다. 사실 수술하는 동안 기억은 선명하지 않다. 병명을 알 수 없는 이 병 때문에 반년 간 학교에 가지 못했던 그 나날들이 더 또렷하다. 엄마는 한시도 내게서 떨어지지 않으셨다. 그래서 더 씩씩하고 긍정적인 마음과 생각을 가질 수 있었다. 다시는 기억해내고 싶지 않은 고통이 찾아오는 순간에도 엄마의 손은 항상 나를 향해 있었고 난 그 손을 잡고 이겨낼 수 있었다.

수술 이후 2년 동안은 건강하게 잘 지냈다. 언제 다리가 아팠냐는 듯 친구들과 뛰어놀았고 일상이 소중하고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또다시 다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진단 결과는 재발. 12살의 나이에 벌써 2번째 큰 수술이었다. 왜 나에게 이런 병이 찾아왔느냐고 원망하진 않기로 했다. 극복해내고 싶었다. 나 스스로 더 단단하고 강인한 사람이 되기 위해, 또 나를 진심으로 응원해주는 가족과 친구들과 선생님을 위해 이겨내기로 했다. 수술 이후엔 수술 부위가 아물 때 까지 학교에 가지 못하는데,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게 제일 아쉬웠다.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실컷 땀 흘리며 공을 차던 즐거운 순간들을 떠올리며 재활에 그 누구보다 열심히 임했다. 또 학업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스스로 시간을 정해 공부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런 시간 속에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고 위기에 흔들리지 않고 정진하는 집중력과 정신력을 키울 수 있었다.

2번의 수술 이후 일 년에 한번 씩 정기검진을 받는 동안 재발 소견은 없었다. 꾸준한 운동으로 몸 관리를 열심히 한 덕이다. 특히 프로파일러라는 꿈이 생긴 이후부터는 건강관리에 더 열심이다. 경찰관은 기본적으로 체력 시험도 있기 때문에 건강한 몸은 필수 조건이다. 꿈을 위해서라도 스스로의 건강은 직접 챙길 생각이다. 정기검진이 필요 없어질 그날을 기대하며 민중의 지팡이가 되어 튼튼한 두 다리로 현장을 누빌 그 날을 고대하며 몸과 마음을 단련하고 있다.

“숨은보석찾기는 성실함이 가져온 기회”

최근 들어 부쩍 학업 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나 내색은 하지 못했다.

홀로 생계를 책임지고 계신 엄마께서 나를 위해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으시다는 걸 잘 알고 있어서다. 그런 엄마가 존경스럽고 감사하지만 혼자 공부를 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 한계에 부딪힐 때면 가끔씩 속앓이를 하곤 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어려운 점들은 하나둘 더 쌓여갔다. 주변의 도움을 받고 싶었지만 상황이 어쩔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더욱 학교공부에 성실히 임했다.

그럼에도 교과서 이외에 더 공부하고 싶은 부분은 넘쳐났다. 문제집을 풀고 있는 주변 친구들이 부럽기도 했고 어느 정도까지 공부해야 할지 몰라 막막하기도 했다. 특히 프로파일러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경찰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어 어느 정도의 학업 수준을 달성해야 했지만 현재 상황에선 아득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이 때 ‘숨은보석찾기’라는 커다란 기회가 찾아왔다. 매일 아침 일찍 학교에 나와 교실 문을 열고 학교 공부를 놓치지 않기 위해 주어진 과제를 열심히 해오는 게 어느 순간 습관이 됐을 때쯤 이 모습을 지켜봐 온 선생님이 나를 ‘숨은보석찾기’ 장학생에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추천해주셨다. 그래서 내 꿈과 한 발짝 더 가까워지기 위해 지원했고 간절한 마음이 닿아 최종 선발될 수 있었다.

어려운 순간에도 항상 긍정적으로, 학교생활을 더욱 성실하게 하자던 다짐들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단지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을 뿐인데 그에 따른 대가가 따라오는 경험을 종종하곤 했다. 축구와 농구를 좋아해 운동을 열심히 하다 보니 체육부장을 맡게 됐고 낯가림 없고 긍정적인 성격 탓에 반의 분위기를 책임지는 분위기 메이커 역할도 하게 됐다.

성실함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을 배운다.

‘포기하지 말자’를 인생의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침착함을 잃는 순간,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이 귀찮아지는 순간 마음 한 구석에서 이 좌우명이 고개를 삐죽 내민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매일 같이 충실히 하루하루를 생활하다보니 꿈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만약 주어진 환경을 탓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오지 않았을 날이다.

‘숨은보석찾기’ 여정이 이제 막 시작됐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초심을 잃지 않고 성실함을 무기로 꿈을 향한 계단을 차곡차곡 오를 계획이다.

‘숨은보석찾기’와 함께하는 1년 동안 몸도 마음도 한 뼘 더 성장한 내 자신과 마주하길 소망한다.

▶서준이 하편에서 계속

한유영 기자 yyh@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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