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래 대전 유성구청장

유성형 자치분권과 마을공동체 사업에 몰두하면서 학창시절 배웠던 게마인샤프트(공동사회·Gemeinschaft)와 게젤샤프트(이익사회·Gesellsch

aft)를 다시 들여다보았다. 독일 사회학자 페르디난트 퇴니에스(1855~1936년)는 사회는 혈연·지연·관습이 뿌리 깊은 시골공동체인 게마인샤프트에서 계약관계에 의한 회사·조합·정치집단이 근간을 이루는 게젤샤프트로 이행한다고 보았다.

게젤샤프트로의 이행은 도시화, 산업화, 국제화에 따른 흐름이지만 개인의 비인격화, 원자화, 고독·소외감이란 병리현상을 낳았다. 우리나라는 서구에 비해 단기간에 산업화를 겪으면서 농촌붕괴와 도시과밀이라는 불균형을 겪고 있다.

자살, 가정불화, 복지취약 등의 부작용에 따라 도시에서도 연대와 유대감이 끈끈한 공동체회복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유성구도 시대 요청에 부응해 주민참여예산제를 강화하고 주민참여플랫폼을 구성했다. 6개소의 마을커뮤니티 공간을 조성해 마을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 공동체사업의 거점이 될 지역공동체지원센터는 이달 문을 연다. 지난해 주민총회를 거쳐 선정된 112개 마을사업은 동네 문제를 스스로 찾아 해결하고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들었다.

대전 유일의 임신출산육아 특화도서관 아가랑도서관 설립과 소규모 육아커뮤니티 서비스 등 공적돌봄체계는 품앗이와 같은 미풍양속의 계승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건강한 공동체 회복은 사회안전망 확보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정인 양 사건’은 가족공동체 붕괴의 대표적인 비극이다.

학대를 가까이 목격했을 또 다른 가족이 강하게 제지하거나 경각심을 줬더라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가족·마을·도시·국가라는 공동체가 서로 믿고 의지하며 부단히 공동선(共同善)을 추구한다면 어떠한 고난이라도 극복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안타깝게도 마을공동체사업이 정점으로 치닫는 가운데 코로나19가 터져 큰 걱정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집합금지 명령은 공동체 사업에 장애가 아닐 수 없다.

요즘 ‘비즈니스 애즈 유주얼(Business as usual)’이란 말이 많이 회자된다. 우리말로 하면 ‘늘 하던 대로’쯤 되겠다. 현장행정과 최일선 방역현장을 관장하는 구청장으로서 ‘비즈니스 애즈 유주얼’은 꿈처럼 들린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세계 최고 수준의 SNS와 IT기술이 있다.

K방역이 성공한 이유도 IT 덕분이다. SNS는 현상황에서 공동체 사업을 지속시켜줄 가장 든든한 소통수단이다. 유성구는 온택트 대면 시스템, 소통 플랫폼 구축, SNS 교류활성화 등 마을공동체 구성원의 참여확대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이번 설은 어른신과 친지, 절친들에게 화상통화로 안부를 묻고 스마트폰 단체대화방에 초대해 덕담을 나누며 다음 명절을 기약하는 마음 만남으로 서운함을 달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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