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중 충남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가 이르면 올해 대전을 떠난다. 우선 8월까지 약 100억원의 비용을 들여 사무실을 임차 사용한 후 청사로 최종입주를 할 예정으로 보인다. 작년말 새롭게 선정된 혁신도시법에 따른 신규기관들의 입주를 통한 발전을 기대했던 대전시와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예상외의 복병을 만난 셈이다. 작년 10월 이전의향서를 제출한 이후의 신속한 행보를 보아, 그 이전부터 사전준비를 암암리에 해왔던 것 같다. 국토균형발전을 목표로 시작된 국가기관들의 이전과는 법리적으로도 논리적으로도 전혀 어울리지도 않는 결과이며, 이전의 이유인 승격에 따른 근무여건 개선과 정책업무협력을 통한 효율성을 강화라는 논리도 매우 빈약해 보인다. 물론 뒤늦게 움직인 대전시의 입장도 아쉽지만 중기부의 욕심이 더 큰 귀책사유로 보인다. 하지만 이 모든 일련의 사건들이 대전시와 시민들에게 새드엔딩으로 끝나지 않고 발전의 계기로 삼아 해피엔딩으로 만드는 것이 떠난 이에 대한 더 멋진 복수인 것은 자명하다.

우선 정부에서는 기존에 대전이전을 고려중이었던 기상청과 유관기관 그리고 이외 3개의 공공기관들을 이전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대전의 여론은 긍정적이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신규 이전 기관들의 면면을 잘 살펴보면, 여론의 생각보다 훨씬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전대상 기관들은 대부분 전국단위의 업무체계 및 수행기관들로서 대전의 교통인프라가 접근성을 높여서 기관 운영의 효율성을 개선하고 성장할 수 있는 매력적인 성공요인이 될 것이다. 또 기상청과 유관기관(수치모델링센터, 기상레이더센터, 기상기후인재개발원 등)들은 출연연들과의 R&D 협업을 통해서 기상업무성과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한국임업진흥원의 경우에도 기존 대전 소재의 산림청과 한국산림복지진흥원 등과의 시너지효과뿐만 아니라 정부출연연들과의 R&D업무 수행을 통해서 해당 산업 및 국가의 경쟁력 강화가 클 것이다. 더불어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에기평)도 대전에 관련 산학연 기관들이 20여개 이상 밀집되어 있어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기술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고, 에기평이 주관하는 사업관련 기획, 평가, 자문, 포럼 등의 회의와 행사가 대전에서 열리게 된다면 대전의 MICE산업의 발전 및 경제적인 효과도 매우 클 것이다.

중기부가 세종으로 가더라도 30년 가까이 있었던 대전이 가지는 인프라와 축적된 역량들은 향후 협업이나 지원이 계속 가능한 유인책이 될 것이다. 이는 직접적인 효과로 가려져있던 대전의 간접적 매력이 오히려 더욱 드러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현재 중기부와 대전시의 관계도 다시 재정립할 수 있는 여건이 될 수도 있을 것이고, 이는 장기적으로 대전과 세종간 통합의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가진 매력을 더욱 어필 할 수 있다면 우리가 기죽거나 슬퍼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대전시, 산업계, 학계, 출연연, 그리고 시민들까지 포함된, 소위 '관산학연민'이라고 불리는 대전의 구성원들이 발전을 위한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이를 잘 살리게 된다면 대전이 가지는 다양한 문제들(지역격차, 인구유출, 일자리 부족 등)들의 해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새로운 기관들의 이전이 중기부 이탈에 따른 손실을 상쇄하고도 남을 수 있도록 대전의 관산학연민은 이미 엎지러진 물을 다시 담을 고민하기보다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 새술을 담을 수 있는 새로운 부대를 준비하는 미래지향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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