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지난달 28일,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에게 내려진 1심 선고다. 조 전 장관의 아들 (이하 조씨)에게 실제로 하지도 않은 인턴확인서를 발급해 줌으로써 입시업무를 방해했다는 취지다. 확인서에는 다음과 같이 돼 있다. '2017년 1월 10일부터 같은 해 10월11일까지 아들 조씨가 매주 2회 총 16시간 동안 문서정리 및 영문 번역 등 업무 보조 인턴 역할을 수행했음을 확인한다.' 문제는 조씨가 인턴을 했다는 법무법인에서 조씨를 봤다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9개월간 매주 16시간씩 회사에 나가 일했다면 직원들과 호형호제 정도는 했어야지 않겠는가? 이 점이 문제가 되자 최의원 측은 슬그머니 말을 바꾼다. 9개월간 매주 16시간이 아니라, 9개월간 총 16시간이라는 것이다. 황당해진 판사 측은 이렇게 일갈한다. '그 말이 맞는다면 한 번 갈 때마다 12분씩 일했다는 것인데, 무슨 인턴을 그따위로 하느냐? 아무리 봐도 이건 허위임에 틀림없다.'

최의원이 예상외의 중형을 받은 데는 다음과 같은 이유도 있다. "위법행위에 있어서 행위자의 진지한 반성도 양형에 상당히 반영되는데 최의원에게는 유리한 양형요소가 없다." 솔직히 죄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대신, 시종일관 자신이 죄가 없다고 우겨댄 게 형량이 높아진 이유라는 얘기다. 하지만 최의원이 반성을 안 하는 데는 슬픈 사연이 있다. 법률회사 대표에 현역 국회의원의 신분이지만, 최의원은 조 전 장관의 의중을 거스르기 힘든 처지여서다. 조 전 장관 부부가 자신의 아들이 허위로 서류를 받은 적이 없다고 우기고 있는 판에, 자신이 '그 서류는 사실 허위다'라고 얘기하는 게 가능하겠는가? 그 바람에 최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하는 형량을 받았으니, 그는 조국사태의 공범이자 피해자다. 겉으로는 검찰과 재판부를 욕하고 있지만, 내심 최의원은 자신에게 부당한 일을 청탁한 조국 부부를 원망하고 있으리라.

조 전 장관 부부로 인해 피해를 본 이는 최의원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미 수감된 정경심 교수의 재판에서 밝혀진 것처럼, 조 전 장관의 딸 (이하 조민)이 대학과 의전원 입시에 사용한 서류 7개는 모두 위조였다. 가장 큰 화제가 됐던 표창장은 발급처인 동양대 몰래 조 전 장관 측이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고, 서울대 인권법센터의 인턴확인서와 부산 호텔 인턴증명서 역시 발급처의 동의 없이 위조된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발급처의 잘못은 없었지만, 그들은 검찰조사에서, 그리고 법정에서 자신들이 관여하지 않았음을 증언해야 했다. 자기 명의로 발급된 인턴십 확인서가 가짜임을 증명하기 위해 법정에 출석해야 하는 부산 호텔 대표는 얼마나 짜증이 났을까? 표창장 관련 진술로 시간을 빼앗기는 것도 모자라 정치적 공격까지 받아야 했던 동양대 총장의 마음은 또 어땠을까? 이들과 달리 조민이 실제로 활동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허위로 증명서를 발급해 준 이들도 '피해자'인 것은 마찬가지다. 최의원과 달리 이들은 자신이 한 일이 잘못임을 인정한다. 예컨대 정경심 교수와 고교 시절 친구였던 공주대 김모 교수는 법정에 나와 다음과 같이 진술했다. "제가 작성해준 체험활동 확인서 4장 중 3장은 명백히 허위입니다. 생각없이 확인서에 도장을 찍었구나, 하고 후회했습니다." 조민의 논문 1저자를 도운 단국대 장모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대학 들어가는 데 도움이 되게 하기 위해 제가 과장되게 쓴 면이 있습니다. 제가 잘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이들과 결이 다른 피해자도 있다. 갑자기 나타나 조 전 장관 측에 유리한 진술을 해준 수상쩍은 증인들 말이다. 예컨대 A씨는 조민이 봉사활동을 했다고 주장하는 2012년 여름, 동양대에서 카페를 하면서 조민을 봤다고 증언한다. 하지만 계약서에 따르면 A씨가 동양대에 카페를 개설해 운영한 것은 2013년의 일, 그래서 재판부는 A씨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재판부가 증인에게 위증죄 경고합니다." 서울대 인권법센터 사무국장인 김모 씨는 세미나 현장에서 조민을 만난 것에 대해 횡설수설한다. 검찰조사에선 조민이 조 전 장관의 딸인 줄 몰랐다고 했다가, 법정에서는 조민으로부터 자기소개를 받았다고 한 것이다. 1심 선고 당시 판사가 정교수를 가리켜 했던 "진실을 말하는 사람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했다"는 말은 그녀가 김모 씨 같은 가짜 증인을 동원해 진실을 가리는 데 활용했다는 뜻, 검찰이 이들을 위증죄로 조사한다니 '조국 사태로 인해 피해를 본 이들' 대열에 합류하는 건 시간문제다.

하지만 이들은 피해의 규모로 봤을 때 문재인 대통령에 미치지 못한다. 조국사태 이전까지 많은 이들이 '공정'에 관한 문대통령의 진심을 믿었다. 하지만 특권과 반칙을 집대성해 놓은 조국교수를 법무장관에 임명하는 순간, 대통령이 말하던 공정은 시궁창에 처박혔다. 이미 정체를 들켜서인지, 그 후 문대통령이 1년여 동안 보여준 것들은 실로 경악스러웠다. 심지어 문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보다 못하다는 이들도 제법 있다. 그렇다면 문대통령이 조국사태의 최대 피해자인 걸까? 그건 아니다. 온갖 의혹이 제기되고 그 중 일부가 사실로 드러났을 때 대통령이 조 전 장관을 낙마시켰다면 어땠을까? 약간의 타격은 입을지언정 대통령의 이미지가 지금처럼 실추되진 않았으리라. 자신의 체면과 퇴임 후 안전을 생각하느라 자신의 아이콘으로 삼았던 공정을 내팽개친 이를 단순히 피해자라 부를 수 있을까? 문대통령이 최강욱 의원처럼 조 전 장관의 눈치를 봐야 하는 처지도 아닌데 말이다. 사실 조국사태의 진짜 피해자는 따로 있으니, 그건 바로 국민이다. 조국사태 이후 국민은 둘로 나뉘어 싸움질을 해야 했다. 자신이 지지하는 대통령이 피해를 볼까 봐 조 전 장관의 가족이 무결하다고 스스로를 세뇌시키는 이들과 아무 일 없는 듯 지낼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래서 많은 이들이 절친과 절교했고, 일가친척과, 그리고 형제자매와 절연했다. 이들에게 조 전 장관은 최소한 미안해해야 한다. 그런데 그는 지금 뭘 하고 있는가. 여전히 자신이 억울하다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이런 추측을 할 수 있다. 조 전 장관으로 인한 피해자는 앞으로도 계속 쏟아질 것임을.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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