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효돈 서산시의회 의원

화장장과 방폐장 빼고는 다 있는 곳. 위험시설, 기피시설, 혐오시설이 최적화 돼 있는 곳. 국내 3대 석유화학공단의 하나로 연매출 50조원과 국세 5조원을 창출하는 서산시의 성장 동력, 대산공단의 또 다른 표현이다.

그렇다면 공단 인근 주민의 삶은 어떨까?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2019년 유증기 유출사고가 발생했을 때 환경부 차관이 독곶리 마을회관을 찾아서 놀란 가슴을 달래고 있는 주민들에게 한 말이 생각난다.

환경부 차관은 “이렇게 가까운 곳에 주민이 살고 있는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정밀화학특화산단의 무산 소식과 공유수면 매립추진 소식을 접한 지역의 주민대표들이 도지사를 찾았다. 도지사는 “여러분의 말씀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 한다”고 말했고, 서산시 화곡1리 민원에 대해서는 “안타깝지만 우리에겐 권한이 없다”고 밝혔다.

그렇다, 어려움을 아는 이는 해결할 권한이 없고 권한이 있는 자는 해결할 의지가 없고 제도적 장치를 할 수 있는 자는 무엇이 필요한지 알지 못한다. 1993년 당시 서산군수는 민관사 협의체를 구성, 스스로 위원장이 돼 대산공단 주변에 대한 환경피해영향조사를 실시했고 어느 기업이 어느 마을에 피해를 얼마나 주는지 정량화 했다. 이를 근거로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를 농작물피해보상이란 명분으로 녹여 현재까지 일부마을이지만 보상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 이후 환경오염피해 구제를 전제로 한 환경피해영향조사는 현재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현재 대산공단의 환경피해로 인한 구제는 기업과 주민 당사자 간 알아서 해결하고 있다. 1993년에는 6개 마을이, 2002년엔 2개 마을이 재평가 합의를 이끌어 냈다.

그런데 현재 화곡1리 단 한 개 마을이 환경피해를 호소하며 8개월째 힘들게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기업은 이참에 주민들의 환경피해 민원은 더 이상 고개를 들지 못하도록 밟고 지나갈 요량처럼 보인다.

그렇게 당당한 역사 괜찮은 싸움 반전의 역사를 대산공단과 인근지역 주민이 써가고 있다. 자꾸 아메리카 인디언의 역사가 투영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제는 진정한 상생이 무엇인지 기업도 주민도 차분히 생각해 봐야 한다. 30년 같이 살았고 당장 떠날 이웃도 아니라면 ….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