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보석찾기-① 루비를 닮은 수진이 (下)
꿈 정보 얻을 곳 인터넷 뿐이었지만… 숨은보석찾기로 학습유형검사 등 진행
목표 구체화할 수 있도록 코칭 병행·포토샵·일러스트 등 교육비 부담 덜어
도움 준 지역사회 감사하는 마음 담아 사회진출 뒤 어려운 아이들 도울 계획

[충청투데이 서유빈 기자] 마을이 키우는 아이들 '숨은보석찾기' 캠페인은 지역 소외계층 아동들이 경제적·정서적인 지원과 차별 없는 교육기회를 제공받고 꿈을 키워나가며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가 관심을 쏟는데 목적이 있다. 이번 캠페인의 첫 번째 보석, 이수진(17·가명) 학생의 꿈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모두 편리함을 느끼는 가구를 디자인하는 산업디자이너다. 수진이는 일상에서 경험했던 것들에 형형색색 빛깔을 넣어 남녀노소 행복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숨은 원석이었던 수진이가 균등한 환경 속에서 멋진 보석으로 거듭나는 훗날에 주목해본다. <편집자주>

◆내 꿈은 가구 디자이너

새하얗던 수진이의 꿈 도화지는 어느새 하나, 둘 색깔을 덧입혀 무지갯빛 나래를 그려가고 있다. 수진이는 일상 속 불편함을 줄이는 산업디자이너가 꿈이다. 더 깊게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격차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가구를 만드는 디자이너가 되고자 한다. 몸이 불편한 부모님과 생활하며 대다수의 사람들의 편리에 맞춰진 가구에 문제점을 느껴서다. 키가 작든, 크든 장애가 있거나 없거나 수진이가 완성할 꿈 도화지 속 그림이다.

가구 디자이너는 초기단계인 제품·디자인의 기획부터 설계단계에서 관계자들의 협력이 중요하게 요구되는 직업이라는 점도 착실하게 공부 중이다. 밝고 긍정적이며 포기를 모르는 도전정신을 스스로의 강점으로 꼽는 수진이는 강점은 키우고 약점은 보완해나갈 계획을 세웠다. 그는 "산업디자이너가 되려면 여러 사람들과의 소통능력이 중요하다고 들었다"면서 "각자가 가진 각기 다른 생각들을 존중하며 나무와 동시에 숲을 보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양한 분야의 예술과 사상을 접해 안목을 넓히고 미적 감각과 감수성, 창의력, 표현력을 기를 생각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기에 앞서 이번 캠페인을 통해 매달 지급받게 되는 장학금으로 그동안 쉽게 가지 못한 지역 미술관과 공연장 등 문화시설을 방문해 화수분 같은 호기심을 쏟아내고 싶은 열망도 있다.

◆차근차근 올라가는 꿈 사다리

이전까지 수진이의 꿈 길잡이는 인터넷이 전부였다. 막연하게 산업디자인 전공 학과로 진학하는 목표를 세웠지만, 첫째인 데다 사설 진로 컨설팅은 꿈도 못 꾸는 탓에 목표점까지 도달하기 위한 조언을 받을 수 있는 창구가 전무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숨은보석찾기' 캠페인은 꿈을 이루는데 초보자인 수진이가 장거리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페이스메이커'다.

특히 수진이는 장학금 지원 전 진행되는 학습유형 검사와 진로탐색 검사를 통해 몰랐던 '나'를 발견했다고 말한다. 앞으로 12개월 동안 수진이가 목표를 구체화하고 도달할 수 있도록 진로와 학습 관련 코칭 교육이 병행되며 지원 종결 후에도 장학금 지원 효과성 검사가 실시되는 등 지속 가능한 꿈 이룸을 위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이제껏 부모의 도움에 기대지 않고 혼자 일어서는 게 익숙했던 수진이는 언제든 고민을 털어놓으며 함께 걷는 든든한 '절친'이 생긴 기분이다. 경제적인 어려움 앞에서 주저하고 고민했던 미술입시전문학원에 등록해 전문적인 미술공부도 시작하게 된다. 실기에 필요한 값비싼 재료들에 대한 부담도 이제는 내려둘 수 있다. 수진이가 가장 기대하고 있는 점은 디자인 분야에서 꼭 필요한 포토샵과 일러스트, 3D맥스 자격증 등을 공부하는 것이다. 실제 산업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실무적인 능력치를 높이며 예비 디자이너로써의 가치를 키워갈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최종 작업물을 완성해내는 끈질긴 근성과 꼼꼼함,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읽어내고 사람들의 관심사를 디자인에 적용할 수 있는 실무적인 감각 향상에 집중할 예정이다.

◆채워나갈 3년간의 포트폴리오

수진이는 그동안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차곡차곡 모아 왔다. 초등학교 2학년 때 학교 전시회에 출품해 선생님들의 칭찬을 듬뿍 받았던 그림부터, 처음으로 미술대회에서 입상했던 작품, 미술학원에 다니기 시작하고서 그려왔던 그림 전부 기록으로 남겨뒀다. 대학교 입시를 위한 준비지만 스스로 조금씩 성장하는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기록물이기도 하기에 의미가 남다르다. 수진이는 올해 본격적인 입시 여정이 시작되는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이제는 한층 전문성과 완성도를 갖춘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싶은 생각이 크다. 지금까지의 꾸준한 노력이 더욱 돋보이기 위해서는 포트폴리오만한 전달 방식이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수진이의 포트폴리오에는 그림 결과물, 포토샵·일러스트 학습 과정, 새로운 공모전 입상 내역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이수진 학생은 "주변에서 그림에 재능이 있다는 칭찬을 많이 해주지만 천부적인 재능이 아니라 노력형 재능이라고 생각한다"며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를 배우게 되면 조금 더 수준 높아진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받고 싶은 롤모델

독특한 형태와 내부 공간을 창조했던 개척자, 벽과 천장의 곡선미를 살리고 섬세한 장식과 색채를 사용한 예술인. 세계적인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 이 코르네트는 수진이의 롤모델이다. 구리 세공장의 집안에서 태어나 17살부터 건축을 공부했다는 가우디는 틀에 박히지 않는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명성을 알렸다. 진가를 보였던 1890년대 이후 후반기 작품에서 이전의 건축 장식에서 드러났던 미로와 같은 구불구불한 공간의 이미지가 전체의 건축디자인으로 확장되는 파격을 구현하기도 했다.

시대를 뛰어넘어 17살의 수진이가 17살의 가우디에게 질문을 던진다. 현실의 한계를 극복하고 자신만의 디자인 세계를 펼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지, 무한한 창의력의 원천은 어디에서 얻었는지를 말이다. 그리고 그 답은 가우디가 남긴 작품을 탐구하면서 찾아가고자 한다. 수진이가 어느덧 꿈을 이룬 어느 날, 또 다른 누군가의 롤모델이 되는 행복한 상상도 해보면서.

◆10년 후 내 모습

수진이는 지금으로부터 10년 후 27살이 된 자신을 또각 구두를 신고 디자인 회사에 출근하는 커리어우먼이 돼 있을 것 같다고 상상했다. 하루아침에 꿈꾸는 일들이 이뤄지리라 생각지는 않지만 계속해서 머릿속에 미래를 그리다 보면 어느새 꿈을 닮아간다고 믿고 있다. 무엇보다 받은 사랑을 되돌려 주는 사람으로 성장하고자 한다. 끝없는 사랑을 알려주신 부모님을 비롯해 어려움을 딛고 일어날 수 있도록 손 잡아준 지역사회에 감사함을 항상 마음에 새긴다는 다짐이다. 어엿한 산업디자이너로서 사회에 진출하면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꿈을 꾸기 힘든 아이들을 돕는데 힘을 쏟고 싶다고도 말했다.

이수진 학생은 "재능기부를 통해 저와 같은 꿈을 키우는 후배를 양성하는 것도 퍽 의미 있는 일이겠다"면서 "특히 본인이나 부모가 장애를 겪고 있는 가정 아이들을 위해 봉사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제 꿈을 향한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고, 노력하는 사람은 빛이 난다'는 가훈이 가진 힘을 보여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서유빈 기자 syb@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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