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호 충청남도 소방본부장

▲ 조선호 충청남도 소방본부장

우리나라에서 첫 번째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지 1년이 지났다. 작년 1월 20일의 일이었다. 불과 1년의 시간 동안 인류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과 힘겹게 마주하고 있다. 마스크 한 장이 무엇인지 그것을 안 쓰면 제재를 받는 상상도 못했던 세상 속에 우리가 있는 것이다. 초미세먼지가 심하니 가급적 집안에 머물러 달라는 경고를 들으면서도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었던 시절이 역설적이게도 그립게 느껴진다. 하지만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를 피하기 위해 모두가 마스크를 써야 하는 의무가 주어졌다.

소방관들에게도 가장 필요하고 고마운 것이 마스크다. 불속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유독가스를 마시면 안 되고 그래서 공기통을 메고 마스크를 통해서 숨을 쉬는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를 지킬 수 있어야만 남을 구할 수 있는 것이다. 모습은 다르지만 이제 마스크는 자신과 이웃을 보호하는 상징물이 되었다.

성공적인 방역으로 모범국가로 불리는 우리나라도 7만명이 넘는 사람이 확진되었고 안타깝게 사망하신 분도 1200명을 넘었다.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적 확진자가 적었던 우리 충남도 크고 작은 집단감염이 잇따르며 확진자가 2000여명에 육박하고 30분이 사망했다. 전 세계적으로는 약 1억여명의 확진자와 205만명에 가까운 사망자가 나왔다. 우리 충남도민이 220만명이라는 걸 감안하면 아찔한 수치다.

코로나19 전과 후로 인류의 역사가 바뀌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만큼 이 새로운 전염병은 우리의 삶을 몽땅 흔들어 놓았다. ‘언택트 시대’, ‘사회적 거리 두기’ 등 어색하게 들렸던 신조어가 이제는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리 소방 행정도 예외는 아니다. 불을 끄거나 아픈 사람을 병원에 이송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거의 모든 서비스나 행사를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일반 국민들과 접촉이 가장 많은 119구급대는 오래전부터 별도로 감염관리실을 설치하고 철저하게 위생을 지켜왔지만 이제는 방호복으로 온몸을 감싸야 하며 소독 절차도 더 복잡해졌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을 불편하다고 느꼈다면 문제가 발생했을 것이다. 현재까지 119구급 대원이 환자를 이송하면서 코로나19에 확진된 경우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은 것은 그들이 해야 할 것을 마땅히 지켜야 할 의무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인류의 역사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 속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을 때 발전할 수 있었다. 아직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분명 끝이 있음을 생각하면서 지금까지 견디어 온 스스로를 위로하고 서로를 격려하다 보면 일상으로 돌아갈 날이 곧 올 것이다. 백신 접종이 시작될 것이고 집단면역이 형성되면 그토록 기다리던 것들을 다시 마주할 날이 머지않았다. 그때까지는 우리 모두가 착한 이웃의 마음으로 조금만 더 참고 배려하면서 기다려야 한다.

소방관들은 앞으로도 화마와 싸우기 위해 계속 마스크를 쓰겠지만 우리 도민들은 마스크를 훌훌 벗어던져 버리고 아름다운 충남의 산과 들을 만끽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려본다. 긴 터널을 지나 만나는 빛이 더 밝게 느껴지고 오랫동안 시장했던 참에 먹는 밥이 꿀맛인 것처럼 코로나19의 끝은 일상의 회복은 물론이고 우리에게 더 성숙하고 밝은 미래를 선물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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