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환 대전시사회복지협의회장

▲ 최주환 대전시사회복지협의회장

전국적으로 사회서비스원의 출범이 줄을 잇고 있다. 아직은 사회복지계에서 설립의 찬반논란이 무성한 상태다.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과제로 내세우는 일인데도 법률적인 기반이 없다. 그래서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설립한다. 사회서비스원이 설립된 지방자치단체는 10여 곳이다. 기왕에 있는 기구의 이름만 바꾼 곳도 있고, 지자체의 필요에 따라 서둘러 만든 곳도 있다. 원래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에 사회복지분야의 대표공약으로 제시한 것은 ‘사회서비스 공단’이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여타의 공단처럼 정부가 100% 운영과 관리를 책임지는 형태였다. 그런데 대통령에 당선된 후 재정적인 부담과 직접운영에 따른 리스크 때문에 슬그머니 발을 뺐다. 명칭도 공단에서 진흥원으로 그리고는 원으로 바뀌었다. 당초의 약속에서 한참이나 후퇴한 모양새다.

다소 김이 빠지기는 했지만 정부가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는 절대적으로 공감한다. 그런데 책임이행기구인 사회서비스원의 설립배경으로 들고 나온 명분이 맹랑하다. 사회서비스의 공공성 강화와 고용의 안정성 제고라는 깃발이다. 복지현장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과 고용관련 법률에 대한 이해부족이 부른 잠꼬대 같은 논리다. 지금 모든 사회복지서비스는 정부의 지침에 맞춰서 운영한다. 일탈적인 시설이나 개인이 간혹 있지만 대부분의 사회복지시설들은 공공성의 기준을 충족하고도 남을 정도다. 고용의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말도 세상물정 모르고 하는 소리다. 현재의 법테두리만으로도 직원의 고용안정성은 해칠 수 없다. 그런데 기껏해야 법인에 불과한 사회서비스원이 뭘 더 높게 보장할 수 있다는 말인지, 뜨악하다. 특히 지방자치단체가 직영하거나 지자체가 투자한 기관에서 운영하는 사회복지시설이 민간운영시설보다 탁월하다는 어떤 사례도 없다. 오히려 법정평가에서 민간이 운영하는 시설보다 형편없이 낮은 점수를 받은 경우는 수두룩하다. 사회서비스원이 사회복지생태계를 교란한다는 우려도 있다. 정치공학적 공간으로 전락한 지역도 있다. 일부 교수들의 집착이 만들어낸 기형적 기구라는 진단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전의 사회서비스원은 출범했다. 많은 예산을 들여 인력을 보강하고 사무공간도 새롭게 꾸몄다. 이제 와서 대전사회서비스원 출범을 부정한다고 해서 달라질 게 없는 형편이 됐다. 앞서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대전사회서비스원은 겸손하게 사회복지현장과 동행해야 한다. 사업수행의 명분도 중앙정부의 궁색한 논리에 얽매이지 말고 대전에 맞는 논리를 개발해서 실천해야 한다. 민간이 손댈 수 없는 일을 찾고 거기에 합당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어설픈 도끼질은 제 발등을 찍을 수도 있다’는 선현의 말씀을 새기고 또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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