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미성년자 성범죄 대책 마련
수사권 남용·사생활침해 등 숙제
견제 수단·사후처리 장치 마련필요

[충청투데이 조선교 기자] 미성년자 성매매의 온상이 된 랜덤채팅 등과 관련해 정부가 위장수사 도입에 나섰지만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국내에선 위장수사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는 만큼 관련 법안 입법을 통해 법적 근거를 만들겠다는 입장이지만 수사권 남용 등 악용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여성가족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4월 디지털 성범죄 근절대책으로 수사관이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에 대해 위장·잠입하는 수사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n번방 사태 이후 랜덤채팅을 비롯한 각종 온라인 채널이 사실상 무법지대에 놓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독일과 미국 등 해외에선 온라인 수색이나 네트워크수사기법(NIT)을 도입해 익명성과 유동성 등 특성을 지닌 가상공간에서의 범죄에 대응하고 있지만 국내에선 관련 제도나 대책에 미흡한 실정이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랜덤채팅 등에선 익명성이 보장되거나 1대1 형태로 온라인 ‘그루밍’ 행위 등 미성년자 대상 범죄가 벌어진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를 내부에서 포착하기 위한 위장수사가 위법행위에 속하는 범의유발형(범죄의사가 없는 이에게 범행을 유도) 함정수사로 판단될 수 있어 쉽사리 수사에 나설 수 없다는 게 경찰 측의 설명이다. 위법행위로 판단되면 증거 채택 등에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여당에선 이와 관련해 지난해 6월 경찰이 아동·청소년 성범죄를 대상으로 신분을 위장한 채 범죄행위에 관여해 증거 등을 획득할 수 있는 수사 특례 규정 신설안(권인숙 의원 등)이 발의됐다. 그러나 지난해 9월과 12월 두 차례 논의 끝에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해를 넘긴 상태다.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가장 큰 우려로는 위장수사에 대한 견제 수단과 사후 처리 장치 등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 꼽힌다.

소관위 법안심사소위의 두 차례 회의에선 수사기관에서 해당 제도를 악용하거나 남용해 개인 사생활 침해부터 밀행을 통한 정보수집 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찰 측은 수사를 위해선 이같은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위장수사 등 사법체계 통제를 위한 장치 마련이 숙제로 남은 상태다.

소관위에 소속된 김미애 의원(부산 해운대구을)은 “도입 취지는 충분히 공감이 되는데 악용 우려가 커서 견제할 수단이 없다면 오히려 더 큰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교 기자 missi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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