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설계 구축했을 때 전체 핵심장치 구축 비용의 50%가량 절감"

[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한국형 중이온가속기 구축 사업에 대한 부실 우려가 이미 수 년 전 해외 연구용역을 통해 예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유명 국립 연구기관이 현 국내 설계보다 비용과 품질이 훨씬 우수한 대안 설계를 제시했지만, 핵심장비 국산화를 이유로 연구 결과를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지난 2015년 IBS는 미국 아르곤 국립연구소에 1억원을 들여 중이온가속기 설계에 대한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당시 아르곤연구소는 한국형 중이온가속기의 설계가 대안설계 보다 구축 및 운영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중이온 빔의 품질도 낮다고 결론 지었다. 이 내용은 최근인 지난 2일 한 해외 학술지에 비교논문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비교논문에 따르면 가속관 수, 저온 유지 모듈 수 모두 현 설계가 대안설계보다 50% 이상 많았다. 선형가속기가 짧을수록 구축 비용과 열 손실이 적어 운영비가 감소하는데 현 설계는 100m, 대안설계는 54m로 비교됐다. 운전 온도 역시 낮을수록 비용이 많이 드는데 현 설계가 대안 설계보다 2배가량 낮았다.

이를 종합하면 대안설계로 구축했을 때 전체 핵심장치 구축 비용의 50%가량 절감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가장 중요한 성능 역시 대안 설계가 훨씬 우수한 것으로 확인됐는데 중이온 빔의 품질이 확연히 높았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이에 권영관 IBS 중이온가속기구축사업단 부단장은 “당시 연구용역안을 토대로 대안설계를 검토했던 것은 맞지만 이미 사업이 상당기간 진행됐고 워낙 대형사업이기 때문에 설계 자체를 바꾸는 것은 무리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안설계대로 핵심장치를 해외에서 제작하게 되면, 제작해서 가져오는 상황에서의 리스크, 또 추후 문제가 생겼을 때 해외에 다시 보내야 하는 등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판단, 다각도로 검토해 기존 설계대로 간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현재 핵심부품 장치의 성능 확보 미완료 및 구축 한계로 완공 여부가 불확실해지자 결국 기간은 기간대로, 비용은 비용대로 허비한 것이 됐다는 회의적 시각이 팽배하다.

당시 연구용역에 거액을 투자하고서도 비효율적인 설계를 고집해 엄청난 세금을 낭비함은 물론 가속기의 성능도 우수하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다.

한 과학기술계 관계자는 “저에너지 가속구간은 이미 주요장치들의 양산 계약이 완료돼 지금 디자인을 수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실패 하더라도 그대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아직 시제품 성능검증이 끝나지 않은 고에너지 가속구간이라도 가속기 디자인 최적화를 통해 비용, 일정, 기술적 리스크 등을 줄일 방안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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