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경 청주시 흥덕구 지적재조사팀장

며칠 전 딸아이가 온라인 쇼핑몰에서 티셔츠 하나를 고르며 내 의견을 물어봤다.

“엄마, 이 티셔츠 어때요?”

“좋아 보이네. 근데 이런 종류의 옷이 있던 것 같은데?”.

“제 용돈으로 살 거예요.”

난 그저 비슷한 색과 종류의 티셔츠가 있어 다른 종류 아니면 다른 색의 옷을 골라보는 것이 어떠냐고 말해주려 한 것인데 딸아이는 엄마가 비용을 걱정하는 거로 보였나 보다.

‘오해’의 사전적 의미는 '그릇되게 해석하거나 뜻을 잘못 앎'이다. '어 다르고 아 다르다'라는 말이 있듯이 같은 말도 사람의 심리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왜 일까? 심리학 근거로 사람은 '조하리의 창'을 갖고 있다 한다.

이것은 네 개의 창으로, 자신도 알고 타인도 아는 '열린 창', 나는 알지만 타인이 모르는 '숨겨진 창', 나는 모르지만 타인은 아는 '보이지 않는 창', 자신도 타인도 모르는 '미지의 창'이다.

이들 창 가운데 타인과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열린 창'을 제외하고 '숨겨진 창', '보이지 않는 창', '미지의 창'으로 이 영역이 크면 소통이 원활할 수 없다 한다. 또한 잘못된 발음과 보디랭귀지, 부정확한 어휘, 좋지 않은 말투와 대화 습관, 선입견을 갖고 대하는 태도 등이 오해를 발생한다.

사람은 너무나 뻔한 것을 쉽게 착각하고 상대를 쉽게 판단하며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으며 본능적으로 내 편과 적을 구별하며 자신과 비슷한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고 자존감이 낮으면 매사를 부정적으로 보며 생존을 위해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또한 자신이 이미 옳다고 생각한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지만 그렇지 않은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하니 사람은 소통을 원하지만 정작 불통을 지향하는 듯하다.

예전에 함께한 직장동료 둘이 기억나는데 하나는 말이 별로 없고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편이었고 다른 한 명은 말을 잘했다.

어느 날 말이 별로 없는 동료가 넌지시 푸념 아닌 푸념을 했다.

“저도 저분처럼 말을 잘했으면 좋겠어요. 전 말을 잘하지 못해 이렇게 바보처럼 남의 말만 듣고 있어 제 스스로가 답답하다고 생각돼요”.

말을 잘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단순히 논리적이거나 언변이 좋거나 목소리가 유창한 것이 아니라 소통을 잘하기 위해서 말하고 싶은 욕구를 참고, 먼저 잘 들어주는 것이 아닐까?

토크 쇼의 황제 래리 킹은 “훌륭한 화자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훌륭한 청자가 돼야 한다. 상대의 말을 주의 깊게 들으면 더 잘 응대할 수 있고 내가 말할 차례가 됐을 때 말을 더 잘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면에서 말하고 싶은 욕구를 참으며 들어주는 것에 능숙한 그가 바로 말재주가 아닌 말 센스가 높은 것이라 생각한다. 말 센스란 적재적소에 필요한 말을 필요한 만큼만 하는 것이다.

또한 말재주와 말 센스가 좋다 해도 대화에서 오해가 생기지 않으려면 팩트와 의견을 구별해야 한다. 왜냐하면 말을 잘하는 사람도 명확히 구별하지 않고 사실 같은 의견을 의견 같은 사실을 말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딸, 검은색 후드티셔츠는 많이 있으니(팩트) 색을 바꾸거나 후드티셔츠가 아닌 다른 티셔츠(의견)로 주문하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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