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택 청주교육대학교 미술교육과 교수

코로나19는 모든 분야에서 우리의 기존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문화, 예술도 마찬가지이다. 교단에서 미술을 가르치고 있는 필자도 컨택트(contact)와 온택트(ontact) 수업 사이에서 고민이 많다. 그것은 '잘'과 '자주' 사이에 있다.

수업중 학생들에게 늘 묻는 말이 있다. "학생은 그림을 잘 그린다고 생각하는가?" 다소 우매한 질문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저는 그림을 못 그립니다"라고 답한다. 학생들의 답은 잘 그린다는 것에 대한 상대적 답이다. '잘 그린다'는 것의 기준은 다양하겠지만, 미술을 전공하지 않는 대부분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보편적인 것 같다. 심지어 평생 그림만 그려왔던 필자도 그림 한번 잘 그려보는 것이 소원이니까 전문으로 하지 않은 사람들이 그림을 못 그린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는 정말 그림을 못 그릴까?' 사실 그림을 못 그리는 사람은 없다. 조금 서툴러도 누구든지 뭔가를 그릴 수는 있다. 우리는 잘 그리는 것에 대해 못 그린다고 생각하는 것이지, 그림을 아예 못 그리지는 않는다. 또한 미술이 꼭 뭔가를 잘 그리거나 잘 만들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미술이 꼭 잘하는 것으로 기준을 삼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올림픽 금메달을 지상 목표로 하던 엘리트 체육이 생활 체육으로 변화되어가는 것 같이 미술도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존재한다. 미술대학을 졸업한 전문 작가, 미술적 재능이 뛰어난 영재 학생, 미술을 사랑하는 동호 미술가들, 미술 작품 보기를 즐기는 사람, 미술이라면 "나는 일절 모른다"고 손사래를 치는 사람까지 다양하다. 이들 모두 미술의 소비자이기도 하고 생산자이기도 하다.

우리는 거의 매일 수많은 '미술 활동'을 한다. 우리가 일상적인 선택과 결정을 하는 순간에도 '미술 활동'은 이뤄진다. 내가 가진 고유의 미적인 감각을 통해서 나를 의미 있게 만드는 활동을 하는 것이다. 이는 누구나 마음 속에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인간이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감정, 즉 표현 본능이다.

최근 이효리의 '이불 드레스', 연예인을 비롯한 일반인들의 '방구석 패션쇼' SNS가 화제가 되기도 한다. 외출과 모임을 자제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가운데 답답한 일상 속에서도 자기를 표현하는 방법들이 기발하다. 자칫 우울하고 공허한 생활로 이어질 수 있는 이때, 머릿속에 품고 있던 구상을 적극적으로, 공들여서 나를 표현해 보는 것은 어떠한가. 우리의 삶 속에 문화, 예술이 녹여져 있음을 실감할 수도, 어쩌면 다른 어떤 본능보다 자신을 충족해 줄 수 있는 시간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예술, 그리고 미술은 그 표현과 표현 욕구에 새로운 기준(뉴노멀)을 요구한다. '잘' 한다는 기준에서 벗어나 '자주' 한다는 기준으로 말이다. 그림을 못 그리면 어떤가. 그림은 그리움이란다. 뭔가를 그리고 있다는 것, 그릴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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