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원 대전YWCA회장

지난해 1월 20일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이하 코로나) 첫 확진자가 발생한 후 어느덧 1년이 흘렀다. 1년이란 시간 속에서 코로나는 우리들의 몇 십 년의 삶, 아니 인류가 지구라는 별에서 살아오며 만들어 놓은 모든 일상의 내용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지난 12월 하루 최다 1240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코로나의 거침없는 확산은 사회적 거리 2.5단계를 발동하게 했고, 온 나라의 경제와 사회는 추운 겨울 날씨보다 더 꽁꽁 얼어붙어 두려움과 불안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최근 확진자 수가 하루 평균 500명대로 내려갔지만 여전히 사회는 사회적 거리 2단계를 유지하며 경계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국민총생산(GDP) 세계 10위 안에 들어설 것이라며 세계경제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인구 5000만명 이상 1인당 국민소득 3만 불 이상인 국가가 가입하는 주요 선진 7개국(G7)에서도 이탈리아를 앞섰다는 소식도 들린다. 지난해 K-방역이 세계의 모범 사례로 떠오른 것만이 아니라 경제 또한 흔들림 없이 전진한다는 것은 대단한 자긍심을 갖게 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왜 우리 시민들은 K-방역의 자부심이, 세계 10위안의 풍요로움이 피부에 느껴지지 않는 것일까?

지난해 3월 UN에서 발표한 전 세계 행복지수에서 우리나라는 61위에 머물렀다. OECD회원국에서 18년째 자살률 1위, 1인당 근로시간 1위 그리고 스트레스 보유율 95%, OECD 회원국 중 사회적 유대감 최하위라는 현 상황을 보면 지난해에 비해 나아질 거 같지는 않다. 경제력은 10위 안이지만 행복감은 60위 밖이라는 이 괴리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우리들의 의식에 자리 잡은 이러한 가치는 지난 십 여 년 동안 자살률, 산재사망률, 저출산율 등이 매년 1위라는 불명예를 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에 대해 근본적인 성찰을 하고 있는지 자문해 본다. 진정 앞으로도 물질만능이라는 가치를 기반으로 사회를 꾸려나갈 것인지 아니면 기존과 다른 대안적 가치로 사회를 재구성할 것인지 우리는 선택해야 할 것이다.

시민사회가 성장해야 성숙한 정부와 사회를 가질 수 있는데, 시민사회의 성장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시민사회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권력을 가진 국가나 자본을 가진 시장은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이 가진 권력과 자본을 공유할 생각을 하지 않거나, 또는 조금만 주고 간섭하고 생색내기에 급급하여 주머니가 가난한 시민들은 어느 결에 권력과 자본의 눈치보기에 익숙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극도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치닫는 현대사회에서 하루 살기가 급급한 시민들은 나와 내 가족 이외의 주위를 돌아볼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그 결과 나라와 자본가는 부자여도 시민은 행복하지 않은 슬픈 상황이 빚어진 것이다.

이제 다시 시민사회의 전환이 필요하다.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팽배한 각자도생의 물질추구 사회가 아닌 함께의 가치를 경험하는 연대와 협력을 통해 지역공동체 중심의 사회로 변화해야 할 것이다. 대전지역 최초의 여성단체인 대전YWCA도 추사의 '추워진 후에야 소나무와 잣나무의 푸르름을 안다' 는 말처럼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위기 상황에서 새롭게 결단하고 나아가려 한다. 목마른 이가 우물을 찾듯이 목마른 시민이 먼저 나서야 한다. 생명의 바람으로 세상을 살리고자 모인 대전YWCA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함께 만나고 행동하면서 신뢰를 만들어가고자 한다. 함석헌 선생의 시에 나오는 '그 한 사람'이 되고자 한다. 그리하여 지역사회 곳곳에 정의와 평화 그리고 신뢰가 뿌리내리게 되면 국가의 GDP와 행복지수 간의 간격도 사라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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