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선 충남도의회 의장

지난해 전세계에 불어닥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많은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한 예로 연간 2000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가는 이탈리아 베네치아 운하엔 관광객 발길이 끊겼다고 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60년 만에 탁했던 물이 맑아졌다. 헤엄치는 물고기가 한눈에 보일 정도로 말이다. 파란 하늘도 다시 볼 수 있었다. 실제로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가 관측 이래 가장 낮은 19㎍/㎥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역설적인 변화는 또 있다. 지방자치분권 확대의 필요성이 증명됐다는 것이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는 드라이브스루 검사나 착한 임대료 운동 등 기발한 방역 정책을 내놓았고, 중앙정부는 각 지역의 특색있는 정책을 받아들이고 확대 시행했다.

이처럼 코로나19로 암울했던 지난 연말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지방자치법이 전면개정이다. 32년 만에 낡은 옷을 버리고 새 옷을 입게 된 것이다. 일원적인 국가 정책과 별개로 그 지역만의 ‘길’을 걸어갈 수 있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

다만 지방자치법 개정이 반드시 감염병 확산 때문이라는 것은 아니다. 중앙집권적 대응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수십년에 걸쳐 차곡차곡 쌓였기에 가능했다. 여기엔 지방의회의 노력도 포함돼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견제와 감시를 통한 대의기관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기에 주민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진정한 자치분권이라는 목표에 이르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 실생활에 밀접한 조례는 법령의 위임이 필요한 영역에서 여전히 제한을 받고 있다. ‘법령의 범위 안에서 관련 사무에 관해 조례를 제정할 수 있지만 주민의 권리 제한 또는 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을 정할 땐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는 규정이 현행과 동일하게 유지됐기 때문이다. 자치권 보장을 위한 조직·재정권도 제외됐다. 여전히 대통령령에서 부서 규모와 수를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자치단체장이 임명하는 산하기관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법제화되지 못했고, 주민자치회에 관한 규정이 심의 과정에서 제외된 것 또한 큰 아쉬움이다.

그 어느 때보다 지방의회의 역할이 커지고 중요해졌음은 부정할 수 없다. 특히 올해는 지방의회 부활 30주년을 맞은 해이기도 하다. 민주주의라는 뗏목이 전복되지 않으려면 지방의회에 자치 조직권과 예산편성, 정책보좌 인력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올바른 지방자치로 주민의 의사가 제대로 지역 행정에 반영됐을 때 ‘풀뿌리 민주주의’는 더 튼실하게 뿌리 내릴 수 있다.

주어진 여건이 넉넉지 않지만 손 놓고 있지 않겠다. 도민과 같은 곳을 바라보며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도민과 아름다운 동행을 이어가고자 한다. 신설한 홍보담당관실은 도민과 소통의 ‘첨병’ 역할을 할 것이고, 도내 곳곳에 마련돼 본격 가동한 지역민원상담소는 도민과 의견을 생생하게 주고받는 ‘촉매’가 될 것이며, 올해 처음 개최하는 도정살림 대토론회는 도민의 세금을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마중물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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