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옥 청주복지재단 상임이사

얼마 전 프랑스에서는 대면 수업 재개를 요구하는 대학생들의 시위가 있었다. 대학생 2명의 자살이 시위의 계기였다. 시위에 참여한 학생들은 교수와 친구들을 직접 만나는 대면 수업을 할 수 있도록 대학을 열고, 현재의 열악한 생존환경과 우울증에서 벗어날 대안 마련을 정부에 요구하였다. 프랑스 공공의료연구소(Sante Publique France)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18세에서 25세 청년 중 30%, 25세에서 34세 청년 중 25%가 우울증 상태에 놓여 있으며, 특히 전면 비대면 수업을 받은 대학생들의 우울과 무기력은 심각한 단계에 이른 상태다. 우리나라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1년이나 계속된 코로나 팬데믹으로 모든 것이 통제되고 불확실한 상황에서 청년들은 우울과 무기력으로 취업, 결혼, 출산 포기는 물론 앞날에 대한 희망까지도 내려놓고 있다.

산업구조의 변화로 시작된 청년취업난이 코로나로 가속화되면서 대한민국의 청년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2020년 코로나의 여파는 2030세대에게 더 혹독했다. 청년실업 증가와 더불어 일자리 질 저하, 근로 의지 저하는 앞으로 우리 사회가 마주할 더 큰 문제들을 예고하고 있다. 경제적인 문제로 상당수의 청년이 혼인을 미루거나 자녀 출산을 꺼리는 경향이 커지면서 저출생 고령화 현상도 가속화되어 앞으로 노인부양 부담의 증가, 인구절벽 등 전반적인 사회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청년은 우리 사회의 미래이다. 청년들이 어디서 살고, 어떤 일을 해서 먹고살 것인가를 고민하기보다는 어떤 사람으로 살고, 어떻게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할 수 있어야 한다. 이들이 일자리를 잃은 채 희망을 포기하고 사회와 단절되어 산다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의심해봐야 할 것이다.

청년일자리 문제는 주거와 더불어 가장 기본적인 생존권의 문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9월 말 현재 대학생이거나 대학을 졸업한 25~39세 인구 중 취업 경험이 전혀 없는 '취업 무경험자'가 1년 전보다 5만 6202명(24.2%)이 늘었다. 25~39세 대졸 미취업자 중 구직 활동조차 하지 않는 '니트(NEET)족'도 약 13만 5000명에 이른다. 청년들의 반복되는 구직 실패는 구직 활동 자체를 포기하게 만들고 취업 포기는 결혼, 출산 포기로 이어져 모든 희망을 내려놓는 'N포 세대'를 양산하게 된다. 이렇게 희망까지 잃은 청년들은 세월이 흘러도 사회에서 자기 위치를 찾지 못하는 '그림자 인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 개인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노동의 권리는 개인이 일할 기회를 가질 권리, 생산적 노동에 종사할 권리 그리고 이러한 권리를 기본권으로 보장받을 권리를 의미한다. 노동을 통한 소득 활동은 소비를 통해 개인 생활을 안녕하게 만들고 지역사회와 국가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청년들이 희망을 품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다하는 데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 청년들이 안정적인 기반에서 인생의 행복을 설계할 수 있도록 국가는 기본적인 책무를 다해야 한다. 일자리뿐 아니라 교육, 창업, 사회적 역할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들에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 기본소득 등의 도입을 통해 청년들이 안정적 일자리를 확보할 때까지 생활고에 시달리지 않고 미래를 도모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 기성세대는 청년들에게 제대로 된 기회를 마련해 줄 책임과 의무가 있다. 미래는 그들의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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