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해창·대전본사 취재1부 기자

이달 초 취재1부 경제부서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 20여 일간 전통·도매시장 곳곳을 다니며 시장상인과 중도매인, 음식점주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이들이 입을 모으는 푸념이 있다. 바로 '박탈감'이다. 이들의 하루는 남들보다 일찍 시작된다.

야채 경매가 열리는 자정이면 목소리를 높여 가격을 부르고 현란한 수신호로 가격을 매긴다.
4시간 여 전투 후 다시 청과류 경매가 시작되고 동이 틀 무렵 각 상품이 점포 매대에 오른다.
오래지 않아 곳곳에서 시장상인과 음식점주 등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 오면 물건을 건네주고 돈을 받는다.
길고 긴 하루 일은 오후 8시나 돼야 끝이 난다. 퇴근 후 약 4시간 여 잠을 청한 후 다시 반복되는 하루를 시작한다. 중도매인 뿐이랴.
시장상인, 음식점주 등 수많은 소상공인이 긴 하루를 보낸다.
이들은 많은 노력을 쏟고 많은 땀을 흘린다.
하루를 끝낸 후 제법 괜찮은 액수를 손에 쥐기도 한다.
그러나 요즘 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큰 박탈감을 느낀다.
노동 가치에 회의감이 들어서다.
집값은 나날이 오른다. 몇 백, 몇 천만원 단위는 옛말이다.
1억원을 넘어 '몇' 억이 올랐는지를 묻는 시대다.
'똘똘한 집 한 채'는 관용어가 됐고 똘똘한 집이 없는 부모는 죄인일 뿐이다.
'동학개미', '빚투' 등은 신드롬이 됐고 가상화폐는 어느덧 투자의 한 분야로 자리잡았다.
육체적 노동을 최우선가치로 둘 필요는 없다. 新생산성·新투자는 존중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세상이 변하더라도 땀흘리는 이들의 박탈감은 해소해야 한다.
박탈감이 좌절과 절망으로 귀결돼선 안 된다.

한 소상공인의 푸념이 머리 속에서 잊히지 않는다.
"열심히 땀흘리며 살았어요. 그 땀으로 애들 키우고 살림도 꾸렸습니다. 평생을 소처럼 일만 했는데 집 한 채는 멀기만 합니다. 내 인생에 회의감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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