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훈 충북시청자미디어센터장

우리가 먹고 있는 음식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두 영화로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북극의 나눅’은 로버트 플래허티가 1922년에 제작한 최초의 다큐멘터리영화로 규정 되는 영화이다.

북극의 나눅이 1922년에 세상에 공개되었을 때 미국과 유럽에서 흥행에 크게 성공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당시 영화 비평계에서도 엄청난 노력과 희생으로 탄생한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찬사를 받았다. 이러한 성공은 단순히 이국적인 정취를 보여주고, '탐험'이라는 흥미로운 주제였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북극에 사는 이누이트족의 인간다운 모습 자체를 보여주고자 했던 노력의 결과였다.

주연인 나눅은 이글루에 살며 먹거리를 위해 사냥과 낚시를 하는 진짜 에스키모인이다. 여기서 나는 나눅의 사냥 장면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물개, 물고기를 잡아 날것 그대로 먹는 모습이 생생하게 뇌리에 남아 있다. 바로 그들의 먹거리인 것이다. 이들은 생존을 위해 사냥을 하고 자연과 동화되어 삶을 살아간다. 우리 같이 풍족하게 먹기 위해 동물을 괴롭히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들을 위해 기꺼이 먹거리가 되어준 존재에 감사한 마음을 가진다.

지난해 9월 미국의 동물 인권활동가 스터블러는 영화 ‘옥자’를 본 뒤 미국 서부의 대형 도살장인 파머스존 도살장에 잠입하여 수천 마리의 돼지 중 136kg의 그레타의 탈출을 시도하다 잡혀 재판이 진행 중이다.

영화 옥자에서 옥자는 미국 기업 미란도 그룹이 먹거리, 식생활 문제해결을 위해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낸 ‘슈퍼 돼지’ 중 한 마리다. 옥자는 강원도 산골에 보내진다. 그곳에서 소녀인 미자의 자매이자 친구로 함께 자란다. 옥자의 타고난 팔자는 부위별 고기로 햄버거 회사, 대형마트 등에 팔리는 존재이다. 미자는 미국으로 잡혀간 옥자의 탈출을 위해 미국까지 따라가 미란도 회사의 도살장에서 구출해낸다. 이 영화에서는 사람들에게 대량의 고기를 공급하기 위해 거대한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도살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현대사회의 공장식 축산 시스템을 비판적 시각으로 보여주고 있다.

나는 채식주의자가 아니다. 육식을 포기할 생각도 없다. 하지만 햄버거 등에 들어가는 고기의 가격을 낮추기 위한 대량사육 시스템, 77억 세계인구의 식량문제 해결이라는 명분으로 생태계에 미칠 영향이 검증되지 않은 유전자 변형 곡물들의 사용은 반대한다. 이유는 너무나도 간단하다. 이는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며 거대자본의 돈벌이에 이용되기 싫고, 동물이 행복해야 인간도 같이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로 규정되는 개방화, 자유화, 민영화, 탈관계화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비판적 사고와 공동체 의식이 없이는 우리의 몸과 정신은 거대한 파도에 휩쓸릴 수밖에 없다. 자본이 건강을 위협할 때 우리는 결코 자본을 택하지 않는다. 과거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집회와 멜라민 사태에 대한 국민의 반응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앞으로 가속화될 신자유주의에 편승한 세계화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우리에게 입힐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AI, 구제역 등 각종 동물 전염병이 급증하면서 신선하고 깔끔한 나눅이 먹었던 먹거리를 동경해 본다. 그리고 옥자의 탈출을 위해 노력했던 미자에게 '파이팅'을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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