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장 중요한 정치일정은 단연 서울과 부산의 시장 재보선이다. 이번 재보선은 내년 3월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의 픙향계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클 뿐 아니라, 2016년 국회의원 선거 이래 내리 4 연승을 기록한 더불어민주당의 승리가도가 중단될 수 있을 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새해 쏟아지는 여론조사를 보면, 부산은 물론 서울에서도 국민의힘이 4 연패의 늪에서 탈출할 가능성이 엿보이기도 한다. 여론조사기관마다 차이는 있지만, 철옹성과 같던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무너지고 있고,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힘 정당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을 앞지르기도 했다. 오랜 가뭄 끝에 내린 단비와 같은 여론조사 결과가 나와서인지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1995년 서울시장 선거를 예로 들며 단일화가 무산돼 3자 구도가 돼도 승리를 확신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1995년 선거에서 승리한 조순 후보는 민주당 소속이었고, 국민의힘 계열인 민자당의 정원식 후보는 3등으로 주저앉았음을 감안하면 김 위원장이 당적을 헷갈린 것인지, 아니면 단일화를 앞두고 블러핑을 하는 것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어느 경우이든 선거초반 여론조사가 곧 선거결과는 아니다. 특히 국민의힘은 선거초반 여론조사만 믿고 공천파동에 몰두한 흑역사가 있다. 대표적으로 2007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은 역사상 최다 표 차이로 이겼기 때문에 2008년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190석 이상을 얻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친박학살 공천으로 40석 정도를 날려먹고 153석을 얻는데 그쳤다. 2016년 국회의원 선거도 마찬가지다.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르자 진박공천 논란이 일었고, 이에 반발하는 비박의 김무성 대표가 옥새를 들고 나르는 일이 발생했다. 이렇게 공천갈등이 폭발하는 가운데 국민의 마음은 돌아섰고 새누리당은 1당 자리마저 내줘야 했다.

멀리 갈 것 없이 지난해 21대 국회의원 선거도 마찬가지였다. 2월 중순만 해도 각종여론조사에서 50대 이상은 물론 20대도 야권심판 보다는 여권심판을 더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미래통합당의 승리는 눈앞에 와 있는 듯 했다. 그러자 또 욕심이 발동해 제대로 된 공약을 만들 생각은 않고 호떡 뒤집듯이 공천만 뒤집었다. 특히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후보명단은 아예 판갈이까지 했다. 선관위에 명단을 접수하러가면서도 비례대표 후보의 순번이 바뀐다는 속설이 있지만, 비례대표 명단을 판갈이 한 것은 한국 정당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결국 국민의힘은 선거초반의 여론조사만 믿고 자만하다가 패배한 흑역사를 반복했지만, 지금도 제대로 된 교훈을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럴듯한 정책과 이벤트를 만들어서 국민의 지지를 모아내려는 고민은 보이지 않고, 그저 예선에서 이기기만 하면 본선에서도 이길 수 있는 듯이 함께 해야 할 후보들을 깎아 내리는 데 몰두하고 있다.

더욱이 서울은 진보의 아성이다. 일반적으로 수도권을 스윙지역으로 분류하지만, 서울만 놓고 보면 상당히 다른 결과가 나온다. 먼저 대통령선거를 보면, 민주화 이후 첫선거인 13대 대통령선거에서 김대중 후보가 32.6%를 받아 1위를 한 이래 이명박 후보를 제외하고는 모두 더불어민주당 계열의 정당이 승리했다. 김영삼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14대 선거에서도 서울에서는 졌고,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18대에도 서울에서는 문재인 후보에게 3%p 졌다.

국회의원선거도 마찬가지다. 13대 대선에서 3등을 해 정치적 위기를 맞았던 평화민주당이 13대 국선에서 원내 2당으로 발돋움 할 수 있었던 것도 서울에서의 승리 덕분이었다. 또 3당 합당 후 치러진 14대 선거에서 민자당은 서울에서 14석을 얻는 데 그쳤지만, 민주당은 25석을 얻었다. 그 이후도 더불어민주당 계열의 선전은 계속 됐는데, 3당 합당 이후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 얻은 의석은 총 152석에 지나지 않지만, 더불어민주당 계열이 얻은 의석은 총 216석에 달한다. 특히 19대 국회의원선거부터는 의석의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19대에는 새누리당이 16석을 얻은 반면, 민주통합당은 30석을 얻었다. 20대에는 새누리당이 12석인 것에 반해 더불어민주당이 35석을 얻었고, 21대에는 미래통합당이 8석, 더불어민주당이 41석을 얻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더불어민주당 계열의 승리 흐름은 계속된다. 2002년 이명박 후보가 김민석 후보를 무너뜨린 이후 2006년, 2010년 선거에서 연속 3번 승리한 것을 제외하면, 모두 더불어민주당 계열이 승리했다. 결국 2002년 이명박 후보가 서울시장에서 당선돼 지지기반을 확대하고, 그 결과 2006년과 2010년 서울 시장선거, 그리고 2007년 대선과 2008년 국선에서 승리했던 것을 제외하면 서울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상당한 우세를 보여 왔던 것이다. 그런데 일부 여론조사에서 정당지지율이 높게 나온다고 3자 구도에서도 승리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상당한 만용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국민의힘이 야권단일화를 위해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민심 80%, 당심 20%이던 공천룰을 민심 100%로 바꾸었는데, 이는 당밖에 있던 인물도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당대당 통합이 전제되지 않으면서 후보만 달랑 들어와 경선 하라는 것은 정당정치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 또, 당대당 통합이 진영의 정치에 신물이 난 유권자들을 끌어들이는데 도움이 될지도 명확하지 않다.

그렇다면 야권단일후보 경선을 통해 단일후보를 만들어내는 것이 파이를 키우는 더 나은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야권단일후보를 만들어내는 방법은 국민의힘이 후보를 먼저 선출하고 난 후 후보단일화를 하는 2 단계 경선방법도 있지만, 아예 야권의 모든 후보가 참여하는 경선을 할 수도 있다. 국민의힘과 범야권인사들이 합쳐서 경선관리위원회를 구성해 범야권 경선후보들의 토론회와 경선을 진행하고, 누가 단일후보가 되든 야권의 정당과 시민사회단체가 모두 선거운동에 함께 참여해 유권자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감동을 주는 것이다. 정치적 상상력과 기획력에서 뒤지던 국민의힘이 이번에는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김민전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이 기고는 지역신문인 영남일보(대구·경북), 중부일보(경기), 제민일보(제주)와 함께 게재됩니다. 사외(社外)기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