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병원성(H5N8형) 조류인플루엔자(AI)가 무섭게 번지면서 가금류 농장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주말까지 닭·오리 사육농장과 체험농장에서 발생한 AI 확진 사례가 전국적으로 65건에 달한다. 걱정되는 것은 최근 들어 발생 추이가 심상찮다는 점이다. 계절적으로 철새 이동 시기와 맞물리면서 하루 3~4건까지 발병 건수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일주일새 전국에서 15곳이 확진 판정을 받아 방역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지난 14일 충남 홍성 구항면 한 닭 농장이 AI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방역당국은 닭 4만1000여 마리를 긴급 살처분하고 방역팀과 역학조사반을 현장에 긴급 투입해 통제와 정밀조사를 진행 중이다. 충남도는 지난해 12월 14일 천안 체험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첫 발생한 후 지금까지 4개 시·군에서 8건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로 인해 충남 34개 농가가 애지중지 사육하던 218만6000마리를 땅에 매몰하는 아픔을 겪어야만했다.

고병원성 AI 전파 매개는 야생조류다. 철새 이동 경로를 따라 국내에 유입돼 연례행사처럼 AI와의 전쟁을 되풀이하고 있다. 고병원성 AI 치사율은 100%에 가깝다. 환경부와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8일부터 일주일간 야생조류 폐사체와 분변 수거 검사를 벌인 결과 충북 충주시 달천과 충남 부여군 금천 등 전국 14곳에서 고병원성 AI가 검출됐다고 한다. 누적 발생지가 74곳으로 갈수록 확대되고 있어 전국 어느 곳도 안전지대가 없다.

AI로 전국 333개 농가 닭과 오리 1897만 마리가 살처분 됐다. 덩달아 닭고기와 계란 값도 들썩이는 양상이다. AI 방역의 핵심은 야생조류 예찰 강화와 사람·차량의 출입통제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국민적 협조도 절실하다. 철새 도래지 방문을 최대한 자제하고 부득이 방문 땐 소독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해야 한다. 또 폐사체 발견땐 즉시 신고도 기본이다. 가축 전염병도 코로나19에 버금가는 총력 대응과 경각심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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