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엔디컷 우송대 총장

필자는 2007년부터 지금까지 14년을 한국에서 지냈지만 한 해의 마무리와 새해의 시작은 늘 가족들과 함께 해왔다. 특히 크리스마스에는 미국 애틀랜타에서 결혼한 필자의 자녀들과 손자, 손녀들까지 12명이 함께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렇게 모여서 오랫동안 듣지 못했던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작년 크리스마스는 예년과 달랐다. 2주간의 자가 격리와 여러 가지 불편함 때문에 작년 크리스마스에는 미국에 가지 않기로 했다. 대신 온라인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들과 얼굴을 보며 대화를 나눴다.

세상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어렵고, 힘들어진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필자는 세상은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재미있어지고, 편리해진다’는 말에 더 공감한다. 물론 세상이 점점 더 복잡해진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기술의 도움으로 가족들이 오랜만에 모이게 되었는데, 기억을 더듬어보니 아주 오래전에도 우리는 멀리서 서로의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들었었다.

1950년대와 1960년대, 외국에서 근무하는 동안은 미국의 가족들에게 전화를 거는 것도 쉽지 않았다. 베트남에서 복무할 때, 필자의 아내와 두 아이들로부터 2인치 비디오테이프를 받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필자의 머리를 처음 깎아준 이발사가 필자 아들의 이발을 해준 것도 테이프에 담겨 있었고 필자의 딸이 재롱잔치에서 쥐 분장을 하고 춤을 춘 것 등이 30분 분량의 테이프에 들어있었다. 그 귀중한 순간들을 함께 할 수는 없었지만 영상으로나마 아이들의 성장을 볼 수 있다니…

2020년 크리스마스에 우리 가족은 컴퓨터 앞에 둘러앉아 대화를 나누었다. 미국 애틀랜타는 저녁 8시, 이곳 대전은 오전 10시였다.

우리 가족은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발전된 기술이 우리에게 허락한 정말 큰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이 기술은 위기의 시기에 대학들에게도 큰 도움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격리로 떨어져 있는 가족들에게도 큰 힘이 되어주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하니 우리는 서로에게 멀어지지 않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

2020년에 코로나19로 인해 안타깝게 희생된 많은 이들의 명복을 빌며 가족들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2021년 신축년은 소의 해다. 소가 가진 힘과 우직함으로 지난해의 모든 시련과 고난을 힘차게 이겨낼 수 있기를 기원한다. 또한 2021년에는 백신접종이 순조롭게 이루어져 모든 인류에게 희망과 치유의 한 해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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