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수 충북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X레이 사진을 보면서 가슴이 울컥했다. 의사선생님은 “이렇게 연골이 이렇게 다 달았으니 얼마나 아프셨을까”라며 “수술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하셨다. 머리를 한 대 세게 뚜드려 맞은 듯 정신이 혼미해지고 심장의 울림이 잠시 멈추었다.

엄마는 오랫동안 무릎이 아파 고생하셨다. 관절염이라는 놈이 무릎에 들어와 병원에 수시로 다녔다. 2~3년 전부터 자꾸 다리가 오다리가 돼가는 걸 보면서도 “아이고! 우리 엄마가 자꾸 늙어 가시네. 우짜노”란 생각만 했다. 병원에 모시고 가 근원적인 치료를 할 생각조차 못 했다. 그런 와중에 아버지께 전화가 왔다. “옆집 아주머니가 청주에서 무릎 수술을 하셨는데 너무 좋다고 한다네. 네 어머니도 수술을 알아봐”라고 하신다. 이리저리 알아보다 지인의 도움을 받아 관절 연골수술 전문 병원을 찾았다. 원장은 "연골이 다 달아서 고통이 수반되고 다리가 벌어지는 것이라며 수술해서 인공연골을 넣으면 다리도 펴지고 고통 없이 살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며 바로 수술일정을 잡았다.

이른 아침 담당 의사에게 수술진행 내용을 듣고 보호자 사인을 하였다. 병실에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간호사들의 도움을 받으며 수술실로 들어가셨다. 엘리베이터 입구에서 “엄마 잘하고 오세요”, “너무 걱정마 잘하고 올게” 대화를 마무리하고 헤어졌다. 아무것도 할 것이 없다. 코로나로 인해 수술실 앞에서 기다리지도 못한다. 그저 병실에서 수술 끝나고 오기만을 기다린다. 한 시간 뒤 수술이 끝났단 연락과 함께 엄마가 올라왔다. 몸에 이것저것 많이 달린 것을 보니 왠지 마음이 찡하다. 내 마음을 알았는지 엄마가 먼저 "수고했어 괜찮아" 말씀을 하신다.

병원은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통합병동은 면회 및 보호자 상주를 전면 제한하고 일반병동은 상주 보호자 1인을 제외한 모든 면회를 제한'하고 있다. 수술실 앞에서 가족들이 모여 수술 잘 되기를 기원하던 옛 모습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

다행이 수술한 왼쪽 무릎은 호전이 잘 되고 있다고 한다. 오른쪽 무릎 수술일정도 잡혔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다시 수술 확인 사인을 하고 수술 끝나고 병실에 온 엄마를 두 시간 동안 잠들지 않게 이야기 나누는 것밖에 없다. 코로나가 바꾼 병원 생태계다. 그저 안부전화 하고 날마다 쾌유를 기원하는 기도 말고는 할 것이 없다. 오랫동안 고통을 호소하던 '엄마의 무릎 수술 고민을 왜 하지 못했나' 하는 자괴감이 든다. "조금 일찍 수술했더라면 엄마의 고통 시간이 조금이라도 줄어들었을 텐데" 퇴원하는 날 다리가 곧게 펴진 건강한 엄마와의 재회를 손꼽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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