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유빈 기자.

“쎄시봉과 신승훈이 태동한 곳이 바로 여긴데, 한낱 추억으로 사라질까 두렵습니다.”

1970~80년대 큰 인기를 얻은 음악감상실은 ‘라이브 카페’로 이름을 바꾼 채 지나간 세월을 품어 안고 있다.

어느덧 머리칼에 서리가 내린 음악인들에게는 빛나던 청춘의 한 장면이며 흐르는 리듬에 몸을 맡겼던 기성세대는 언제든 돌아가고 싶은 기쁜 시절일 것이다.

이러한 라이브 카페의 향취는 비단 옛 세대만의 것은 아니다.

요즘 세대들은 겪어보지 못한 시절에 대한 로망이 불러온 ‘LP판 열풍’을 다시 겪고 있다.

일부러 턴테이블을 구입하고 중고시장에서 LP판을 사모으는 등 ‘뉴트로’는 사뭇 인기다.

대전지역에는 현재 2~3곳 정도의 라이브 카페가 해묵은 경영난에도 묵묵하게 자리를 지키는 중이다.

대전 중구 은행동에 위치한 라이브 카페 ‘카우보이’에 취재차 방문했을 때, 애타게 찾고 있던 보물상자를 연 기분이었다.

언제부터 쌓여 왔는지 모를 수많은 LP판과 1층과 2층 어디서 보더라도 중심부에 놓인 무대를 관람할 수 있는 훌륭한 조망은 그야말로 젊은 취향을 저격했다.

이날 카우보이에 삼삼오오 모인 중견 음악인들은 “대중예술에 최적화된 무대는 라이브 카페와 같은 시민들의 놀이터”라며 “격식 갖춘 공연장만이 문화예술의 장은 아니다. 어디서든지 예술이 움틀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현재 대전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사업’은 전문 공연장에서 열리는 공연으로 지원대상을 한정하고 있어 라이브 카페는 해당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대전문화재단 관계자는 시행 중인 예술창작지원사업이 순수예술 분야의 공연·전시 등에 집중돼 있으며 시민들이 수준 높은 문화를 향유하게끔 돕는데 사업의 취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수준 높은 문화의 기준은 무엇인가? 본 사업은 예술 창작자에 대한 지원이며 그에 대한 수혜는 오롯이 대전시민의 몫이다.

시민들의 삶과 가장 가까이 맞닿아 있는 대중예술이 몸집을 키우고 전보다 많은 사랑을 받는다면 그에 준하는 열린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더 나아가 정책적인 융통성을 발휘해 라이브 카페와 같이 공연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시설이라면 지원 범위를 확장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대중예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수십 년의 역사를 품은 ‘대중음악 도서관’이 옛 광영을 뒤로하고 소리 없이 사라지지 않도록 지역사회가 관심을 기울일 때다.

서유빈 기자 syb@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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