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펜트하우스' 연합뉴스

☞삶이 팍팍해지면 두 가지가 유행한다. 이름하여 '고통의 그래프'다. 하나는 '매운맛'이다. 사람들은 열불 나면 입에 불을 낸다. '비극'을 '자극'으로 잊는 거다. 또 하나는 '막장'이다. 먹고살기 힘드니 위안의 존재를 찾는다. 그게 막장 드라마다. 그걸 보며 자신의 삶을 안도한다. "저 주인공보단 내가 낫다"라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TV 속 '연극'이 현실의 '희극'이 된다. 게다가 그런 드라마는 대개 자극적이다. 그래서인지 막장 드라마의 시청률은 보장된다. 대부분 높다.

☞드라마 ‘펜트하우스’도 그렇다. ‘막장의 대모’ 김순옥 작가가 썼다. 이 작가의 드라마는 생각을 하면 안 된다. 오죽하면 순옥드(김순옥 드라마) 시청 유의사항도 있겠는가. 소개하자면 이렇다. 1. 순옥드는 산으로 가지 않는다. 산으로 시작해서 안드로메다로 간다. 2. 순옥드엔 ‘왜’란 없다. '와'만 있을 뿐이다. 3. 순옥드에 의문을 가지는 사람은 펜트하우스 볼 자세가 안 돼 있다. 4. 시체가 없다면 죽은 게 아닐 수도 있다. 부검할 때까지는 죽은 게 아니다. 고로 '펜트하우스'도 뇌를 빼고 봐야 한다.

☞'펜트하우스'를 한 단어로 정의하면 '욕망'이다. 모든 게 욕망 때문에 일어난다. 교육·명예·집·사랑에 대한 욕구가 넘쳐흐른다. 제목에서 짐작하듯 이 드라마의 배경은 '펜트하우스'다. 서울 한복판 100층짜리 건물이다. 어찌 보면, 그 집 자체가 '욕망'이다. 상류층들을 표상한다. 부(富)를 대변한다. 이 드라마는 매회 파격적이다. 빈부격차·살인·시체유기·납치·감금·왕따 등이 담겼다. 첫 화도 누군가의 투신으로 시작됐다. 막장을 넘어 악(惡) 장이다. 개연성은 갖다 버렸다. 그런 막장임에도 재밌다. 이 비결엔 김소연을 필두로 하는 명배우들의 명품 연기가 한몫한다. 그리고 추리하는 재미가 있다. 작은 단서도 놓칠 수 없다. 나중에 어떤 뒤통수를 칠지 모른다.

☞‘펜트하우스’는 5일 시즌 1이 끝났다. 이날 최고 시청률 31.1%를 찍었다. 드라마는 마지막까지 가히 충격적이었다. (보기엔)다 죽었다. 주인공인 심수련(이지아 역)에 이어 오윤희(유진 역)도 죽음을 맞이했다. 하지만 사실 죽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김순옥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끝까지 방심할 수 없다. 시즌 2에서 점 찍고 나타날지 모른다. 사실 계속 '막장'이라곤 했지만 그래도 되는지 모르겠다. 요즘 현실이 더 막장 같기 때문이다. 잘못을 인정 안 하는 정부, 놀이공원에 넘치는 사람들, 작은 아기를 때려죽인 악마들…. 우린 막장 드라마 보다 더한 현실에 살고 있다. 드라마는 권선징악과 끝이라도 있다. 하지만 현실 속 막장은 계속된다. 애석하게도.

편집부 김윤주 기자 maybe0412@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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