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우 YTN 충청본부장

결혼. '일심동체가 되는 것’이라 한다. 수소 두 분자와 산소 한 분자가 만나 물을 만드는 화학적 통합과 같다. 결혼을 비유하는 말 중 이보다 더 적절하고 신선한 말이 있을까. 하지만 보통 30년 이상 다른 사회, 자연적 환경에서 자라왔고 '이성(異性)'이 하나가 되는 데는 적지 않은 무리가 따른다. 일방적 희생도 있을 테고 보이지 않은 권력 다툼도 무시할 수 없다. 자칫 일심동체여야 한다는 사명감에 서로 일방적 강요도 있다.

요즘은 일부종사나 가부장제도 등이 판쳤던 조선 시대도 아니다. 양성평등의 시대다. 서로 의견을 존중하고 사생활까지 보호해야 하는 시대다. 일심동체는 허위의식이며 신기루다.

그래서 결혼은 나란히 이어지는 기차 철로다. 두 선로 간격이 바로 부부가 평생 유지해야 할 삶의 간격과 같기 때문이다. 선로 간격이 143.5㎝다. 왜 이런 간격이 나왔을까. 먼 옛날 로마인들은 시행착오 끝에 두 마리 말이 나란히 끄는 전차가 가장 빠르고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두 마리 말이 서로 다투지 않고 조화롭게 달릴 수 있는 전차의 너비가 143.5㎝이었다.

철로는 참 신비하다. 철로를 멀리 바라보면 어떤 곳에서 두 선로가 만나지만 그 곳에 다다르면 잡지 못하는 무지개와 같다. 절대 만나지 않는다. 그러나 두 선로는 절대 벌어지지 않고 그 거리를 조금도 벗어나지 않은 채 꾸준히 유지한다. 공교롭게도 철로 간격은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철로 위를 걸어가기에 아주 적당한 거리다. 두 연인이 손을 잡고 양쪽 선로를 다정하게 걸어가는 모습을 연상해 보라.

결혼일은 신랑, 신부의 거리가 바로 철로의 간격과 같은 거리다. 최적이며 평생을 유지해야 할 간격이다. 철로를 쭉 걷다 보면 늘 최적의 거리를 유지하며 걸어가기 힘들 때가 있다. 비와 강풍에 발을 헛디디거나, 더 깊은 사랑을 표시하기 위해 한쪽으로 당기거나, 다소의 의견충돌로 서로 밀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실수나 잘못은 중요하지 않다. 병가상사(兵家常事)니까. 실수나 잘못에 대한 합리화나 정당화가 불행의 씨앗이다. 배려, 반성, 참회, 사랑이 중요하다. 그래서 살면서 '고맙다'는 말도 중요하지만, '미안하다'는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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