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들은 무슨 일만 있으면 법을 만들어 해결하려 한다. 즉흥적이고 사적 감정을 담은 법안이 만들어지면 국민의 삶이 나아지기는커녕 부작용만 양산될 뿐이다. 더 신기한 것은 그렇게 법 만들기를 좋아하는 법 만능주의자들이 정작 자신들은 법을 안지킨다는 점이다.

2019년 9월, 충남 아산의 스쿨존에서 9세 아이가 차에 치여 숨졌다. 당시 운전자는 제한속도보다 낮은 시속 23km로 달리고 있었지만, 갑자기 튀어나온 아이를 피하지 못했다. 피해자의 부모는 자신의 아이와 같은 비극이 발생하지 않게 해달라고 호소했는데, 이에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해서 만든 게 바로 '민식이법'이다. 어린이가 사망하거나 상해를 입었을 때, 운전자 과실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가중처벌을 한다는 내용이다. 아이를 보호하는 일은 당연히 중요하다. 하지만 아무리 조심해도 사고는 나기 마련이고, 운전자 과실이 없는 사고란 가능하지 않기에 많은 운전자들이 불만을 터뜨렸다. 아이가 차를 향해 돌진해 사고가 나도 징역은 1년부터, 벌금은 500만원부터 시작을 하니, 과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 법 시행 6개월간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 건수는 329건으로 293건으로 줄었다. 이 정도면 어디냐 싶겠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해 아이들이 학교에 자주 안 간 걸 고려하면 크게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 성과보다 두드러진 건 이 법의 부작용, 아이가 다친 곳이 없어도 부모가 운전자에게 큰돈을 요구하는 사례가 급증한 건 짐작 가능하지만, 아이들이 일부러 차를 쫓아다니며 운전자를 겁주는 소위 '민식이법 놀이'가 유행하고 있다는 건 이 법이 가진 맹점을 잘 드러내 준다. 하지만 일단 만들어진 법이 없어질 것 같진 않으니, 앞으로도 스쿨존은 운전자들에게 공포심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원래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어야 한다. 충분히 따져보지 않고 감정적으로 법을 만들면 그로 인해 피해자가 양산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한 법률가가 내게 이런 말을 해준 적이 있다. "좌파들은 무슨 일이 생기면 일단 그와 관련된 법을 만들려고 해요. 법 하나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그렇게 쉽게 만들어선 안 되는데 말이죠." 이 말이 가슴에 와닿았던 건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년여 동안 해온 일이 떠올라서였다. '조국 사태'가 발발했을 때 구린 게 많던 현 정권은 검찰총장이 성역 없는 수사를 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깨닫는다. 그들이 세운 목표는 다음과 같았다. '올해 7월까지 임기가 보장된 윤석열 총장을 그 전에 끌어내리고, 다시는 윤총장처럼 정권에 도전하는 검사가 나오지 않도록 하자.' 이를 위해 현 정권은 다음 두 가지 수단을 동원한다. 첫째, 이미 있는 법률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미 판결이 다 끝난 윤총장 장모 사건을 재수사하고, 사문화되다시피 한 법무장관의 지휘권을 동원해 윤총장을 괴롭힌 게 여기에 해당된다. 그래도 윤총장이 버티자 그를 감찰하고 말도 안되는 이유를 들어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기까지 했는데, 어마어마한 죄가 있는 것처럼 떠든 것과 달리 그 위원회에서 내린 결론은 고작 정직 2개월이었다. 그것 역시 윤총장이 법원에 낸 행정소송으로 무효가 됐지만 말이다.

민식이법도 문제지만, 그 중 최악은 단연 윤석열을 겨냥한 법안들이다. 보편타당성은 무시한 채 윤석열 개인에게 사적인 감정을 담아 발의된 법안들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수준을 적나라학게 드러내 준다. 마구잡이 법안발의를 금지하는 법안이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

두 번째, 현 정권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법률을 마구 만들었다. 가장 먼저 시행한 것은 피의사실공표 금지, 조국 교수를 비롯해 현 정권의 특권층이 무슨 죄를 지었는지 일반인이 알 수 없게 하자는 것이다. 특권층의 공개적 망신 주기 용도로 쓰였던 포토라인을 금지한 것도 비슷한 취지, 물론 위 두 조항은 특권층에게만 적용될 뿐이어서 n번방 사건의 주범인 조주빈은 피의사실이 낱낱이 공개된 뒤 포토라인에 섰다. 이제 정권에 대드는 검사를 제도적으로 막는 일만 남았다. 이를 위해 그들은 공수처법을 통과시키는데, 이 기관의 목적이 권력 말을 듣지 않는 검사를 옥죄기 위한 수단이라는 건 상식이 있는 이라면 다들 알 것이다. 김남국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검찰이 아예 수사를 못하도록 '검찰청법 폐지법률안'을 발의한 것도 그들의 관심사가 코로나 종식이 아닌, 조국 사태의 재발을 막는 데 있다는 증거다. 이 밖에도 열린민주당 최강욱은 '윤석열 출마 금지법'을 발의함으로써 대선 지지율 1위인 윤 총장을 견제하려 했고, 정청래는 윤 총장의 징계를 법원이 무력화시키자 똑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윤석열 방지법'을 발의한단다. 이런 걸 보면 더불어민주당이 생각하는 '법'은 국민의 안전하고 편안한 삶이 아닌, 자신의 정적을 때려잡는 사적 보복 수단일 뿐이다. 너무 그런 법만 만들면 속이 보이니 민식이법이나 최근 논의되고 있는 1가구 1주택법 같은 법을 졸속으로 만들어서 '우리도 국민의 삶에 관심은 있다'고 강변하지만, 헌법에도 위반될 이런 법들이 우리 삶을 낫게 하는 데 기여할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내킬 때마다 법안을 마구잡이로 발의하는 법 만능주의자들이 정작 자신들은 법을 잘 안 지킨다는 건 아이러니하다. 가장 어이없는 건 법을 근거로 죄의 유무를 따지는 사법부조차 무시한다는 것이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댓글조작 혐의로 1심과 2심에서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쯤되면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당장 도지사에서 물러나야 하건만, 김 지사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다. 저희 측의 요청을 묵살하고 판결한 것에 대해 저희로선 이해하기 어렵다"며 재판부를 비판했다. 판사가 죄인을 설득하지 못하면 죄가 없는 것일까? 그런가 하면 잘못이 있다면 전 재산과 목숨까지 내놓겠다던 손혜원 전 의원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뒤 이렇게 말한다. "제가 미운털이 많이 박혀있는 거 아닌가 싶다.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하는데 제가 잘못한 게 있어야 반성을 하지 않나?" 그녀는 판사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고도 했는데, 이걸 보면 손 전 의원은 자신이 법 위에 군림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얼마 전 1심에서 4년 징역형을 선고받은 정경심 교수도 마찬가지다. 바로 구속이 되는 바람에 소회를 듣진 못했지만, 조국 일가 수사에 대해 윤총장을 강도 높게 비판해 왔던 더불어민주당은 이게 다 사법개혁이 안 된 탓이며, 법관탄핵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렇게 법을 어긴 자들을 옹호할 거면 법안발의는 왜 그리 자주 하는지 의문스러운데,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마구잡이 법안발의 금지법이 조속히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 그러고 보면 문 대통령이 의원 시절 자신의 이름을 걸고 만든 법안이 하나도 없는 것은 정권을 잡고 난 뒤 법을 안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일지도?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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