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수 ETRI 기술상용화센터장

제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면서 산업 전반에 인공지능(AI) 기술의 도입이 활발하다.

의료 분야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각종 질병을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법 및 약물을 발견하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고, 운송 분야에서는 자율주행자동차와 최적 교통경로 예측기술이 놀라운 속도록 발전되고 있다.

제조산업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이 스마트공장에서 장비의 고장과 재고의 소진 시기를 사전에 예측하고 최적의 생산 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하고, 금융서비스에서는 신용도 평가나 고객서비스, 사기탐지, 거래 자동화 등에 활용되며, 마케팅 광고에서 소비자의 행동에 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인별 맞춤 광고 및 상품추천, 가격 결정에 널리 적용되고 있다.

정부도 이를 가속화 하기 위해 2021년 R&D 투자 예산 27.4조 원 중에서 2.3조 원을 인공지능 분야에 투자한다고 하니 아마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인공지능이 쓰이지 않는 분야를 찾기 어려워 질만큼 인공지능 기술이 성큼성큼 우리 생활 속으로 다가올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인공지능기술은 많은 사람에게 그저 생소한 분야로만 여겨졌는데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렇게 급속히 확산될 수 있었던 걸까?

기술적 관점에서 이것저것 설명할 수 있겠지만 사용자 측면에서 본다면 결국 인공지능기술을 활용하면서 사람이 하는 것보다 더 쉽게, 더 효과적으로 더 싸게 처리할 수 있게 됐고 그것에 대해 확신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사람들이 인공지능을 채택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인간의 고유영역이라 믿어왔던 작업들, 즉 ‘분류·예측·의사결정’을 인공지능이 더 잘할 수 있겠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이렇게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분류·예측·의사결정’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이유는 인공지능기술 그 자체의 진보가 큰 몫을 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동안 사람들이 경험에 의존해 제한된 데이터만을 가지고 전략적으로 결정해 오던 것을 인공지능 기술이 활용되면서 개인의 경험과 역량의 범위를 넘어서는 수준에서의 다양한 소스와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모든 데이터를 분석해 사실 기반의 통합적, 과학적, 정밀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인공지능기술의 도입이 이같이 분류나 예측, 의사결정에서 의미 있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면 여러 산업뿐만 아니라 국가의 공공정책에서도 활용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

왜냐하면 정부의 정책들은 국가의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 특성이 있어 제한된 예산으로 정책의 효과성을 극대화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인공지능기술이 바로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는 데 매우 유용하기 때문이다.

즉 인공지능기술은 정책결정과 예산의 집행과정에서 효과를 발휘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분야를 분류하고,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하는 분야를 예측해 이들 분야에 예산이 집중될 수 있는 의사결정 과정을 정부가 보유한 방대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누구보다 잘 수행할 수 있다.

지난 일이기는 하지만 코로나 19위기를 겪으며 정부가 위기에 처한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배분할 때 전 국가적으로 어떻게 배분하는 것이 좋을지를 두고 우리가 얼마나 많은 소모적인 논쟁을 했는지를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만약 이때 인공지능기술의 도움을 받아 좀 더 과학적이고 정cctoday@cctoday.co.kr

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집행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분명 국가재정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국민통합에서도 엄청난 도움이 됐을 것이다.

물론 인공지능기술이 만능은 아니다. 정책 결정 시 책임소재문제, 데이터 오염에 따른 분류의 편향성 오류, 다양한 이해당사자 간의 조율문제 등 여러 과제가 남아 있다.

그러나 이들 문제를 이유로 인공지능기술의 도입을 미루는 것 만이 최선은 아닐 듯하다.

국가정책에 잘만 활용한다면 분명 이전보다 더 나은 대안으로 국민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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