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장헌 충남도의회 기획경제위원장

▲ 안장헌 충남도의회 기획경제위원장.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국민들의 고통은 이미 한계점을 향하고 있다. 충남의 경제동향을 살펴보면 무역수지 흑자가 위태롭게 지탱해주고는 있지만 내수는 처참한 수준이다. 12월 기준 소상공인 경기실사지수(BSI)는 93.8, 전통시장 부문지수는 80.9로 기준인 100보다 아래에 머물고 있다. 굳이 수치를 대지 않아도 전통시장을 나가보면 얼어붙은 경기를 바로 느낄 수 있다. 힘들어하는 소상공인을 보면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설상가상으로 연말연시를 앞두고 코로나 바이러스는 확산 기미를 보이고 있다. 결국 정부는 1월 3일까지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처를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방역 강화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소상공인의 피해가 불보듯 뻔하지만 그렇다고 방역의 고삐를 늦출수도 없는 상황에서 내린 불가피한 결정이다. 이제 남은 것은 철저한 방역으로 사태를 종식시키는 것과 함께 소상공인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일이다.

최근 고개를 든 ‘임대료 멈춤법’은 그 흐름에 있다. 그러나 ‘착한 임대인’의 선의에만 의지하기엔 사회적 분란의 소지가 있고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임차인의 손실을 다른 누군가에게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부담하는 것이 공동체 원리에도 부합한다. 결국 정부가 나서 중재하고 직접 지원에 나서야 할 때다.

외국사례를 보자. 미국이 케어스법에 따라 임대료 연체 때 강제퇴거를 금지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독일, 캐나다, 일본은 정부가 임대료의 최대 90%까지 직접 지원한다. 기업형 임대사업자가 많은 유럽에서는 단체협약을 맺기도 한다. 임대인·임차인 협회가 ‘임대료 30% 인하’를 합의하면 일괄 적용된다. 이를 ‘사회적 임대료’라 부른다. 보면 방식의 차이는 있어도 공통점이 발견된다. 바로 사회적 고통분담과 정부의 책임강화다. 미국과 유럽은 소상공인 대책이 우리보다 훨씬 선제적이고 두텁다. 정부가 책임 있게 나서고 임대인도 고통을 분담한다. 이렇듯 재난에 따른 ‘사회적 손실’은 사회적 해법으로 풀어야 한다. 우리도 3차 재난지원금과 시행 중인 고용유지지원금에 더해 임대료 지원도 조속히 시행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재정지출이 갈수록 커지는 것에 정부가 부담을 갖는 것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정치인으로서 매년 예산심사를 해오고 있기에 그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재정여력이 있는 편이다. 또한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코로나 극복을 위한 재정지출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5%로 주요 20개국 중 13위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아직 많다고 할 수 없다. 무엇보다 지금은 경제의 근간이라 할 소상공인을 벼랑 끝에서 구출해야 할 때다. 그들의 절규를 외면한 채 기계적인 재정건전성 논리를 고집하다간 게도 구럭도 놓치는 우를 범하게 될 수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어쩌면 지금 경제위기가 별로 힘들게 느껴지지 않는 분도 계실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한 배를 타고 있는 공동운명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배의 한쪽이 기울어지면 뒤집어지는 것처럼, 경제의 어느 한 주체라도 외면하고는 길게 가기 어렵다. 나만 괜찮으면 그만이라는 생각보다는 어려운 이웃을 한번씩 둘러보는 마음을 갖는 연말연시가 되었으면 한다. 그게 가장 효율적인 경제부양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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