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희 충남역사문화연구원장

“이제야 유물이 제자리를 찾은 것 같아 마음이 정말 흐뭇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유물을 보고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2008년 8월 공주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일본인 아메미야 히로스케(雨宮宏輔)씨가 자신이 소장하고 있던 유물 328점을 기증하면서 했던 말이다. 나는 당시 충남역사문화연구원 행정담당관으로 파견근무를 하면서 역사적인 자리에 함께 있었다.

아메미야 씨는 공주에서 태어나 지금의 공주봉황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공주중학교 1학년 때인 1945년 일본이 패망하자 아버지를 따라 일본으로 돌아갔다. 그의 아버지는 공주에서 얼음공장을 하면서 돈을 모아 유물을 수집했고, 이때 수집한 유물도 일본으로 가져갔던 것이다.

다시 돌아온 유물은 문외한이 보더라도 귀중한 것이었다. 국사교과서에서나 보았던 마제석검, 청동거울, 비색의 은은한 광택을 띠고 앵무새 한 쌍이 하늘을 날고 있는 듯한 고려청자, 고려시대 휴대용 벼루, 계룡산 학봉리에서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분청사기, 대한제국과 일제강점기 엽서 등 여러 시대를 망라하는 문화유산이었다.

기증식의 만남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는 이듬해 봄, 아버지가 충남역사박물관 주변에 심었던 벚꽃이 필 때 다시 방문하겠다는 약속을 뒤로 하고 갑작스레 저 세상으로 여행을 떠났다.

한국에서 태어난 일본인이 유물을 자발적으로 기증하였으니 귀감이 될 만했다. 특히 이즈음은 남북한이 공동으로 조선왕실의궤환수위원회를 조직하여 환수운동을 펼치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우리나라는 무수한 외침과 일제강점기, 미군정기 등을 거치면서 소중한 유물이 해외로 반출되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의하면, 그 숫자는 21개국 610개처 19만 3000여점(2020년 4월 1일 기준)에 달한다.

충남도는 옛 우리 조상들의 얼과 숨결이 서려 있는 유물을 되찾아오기 위해 2016년에 국외소재문화재 환수활동 지원 조례를 제정했으며 2017년에는 전국 최초로 충남도 국외소재문화재 실태조사단을 발족해 다양한 활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2019년에는 국외소재문화재보호 및 환수활동지원조례를 전면 개정하면서 전국 최초로 문화재 입수를 위한 기금 설치와 운영을 제도화 하였다. 현재 30억원의 기금이 조성됐으며 2023년까지 70억원의 기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처럼 충남도는 불법 반출을 포함한 국외소재문화재 환수 활동을 통해 역사바로세우기를 선도하고 있다. 민간단체와 학계·충청남도의회가 주도하고 있는 실태조사단은 힘든 여건 속에서도 충남과 연고가 있는 반출문화재에 대한 현황과 반출경위를 조사하고 역사문화자원으로 가치 발굴을 위한 정책 대안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1907년 부여 규암리에서 출토된 백제금동관음보살상, 일명 ‘백제미소불’로 불리는 문화재 환수에도 앞장서고 있다.

2021년부터는 충남역사문화연구원에 전담인력을 배치해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직접 국내외에 유출된 문화유산 입수에 나서게 됐다. 충남도 반출 국내외 문화유산 실태조사 연구를 시작으로 반출된 유물 도록집 발간, 국내 도난문화재 찾기 운동, 대국민 홍보, 국내외 여러 단체들과 업무협약체결과 정보공유, 해외 부동산 문화유산 활용, 남북공동 해외불법 반출문화재 환수 등을 펼칠 계획이다. 잃어버린, 빼앗긴 문화유산을 원래의 자리로 되돌려 놓기 위한 우리 모두의 현명한 지혜가 필요하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