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식 충북본사 부국장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이 지난 9일 국회를 통과했다. 1988년 민선 지방자치를 본격적으로 실시하는 전부 개정 이후 32년만이다. 이번 개정안 통과로 지방자치는 변화를 위한 시작점에 섰다.

이번 개정안의 특징은 주민참여 확대, 지방의회 역량 강화와 책임성 확보, 지방자치단체 행정 효율성 강화 등이 담겨 있다는 점이다.

개정안의 국회 논의 과정에서 특례시·특례군에 대한 내용에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개정안 내용 중에서도 지방자치단체 구성 형태의 다양화, 의회 인사권 독립 및 정책지원 전문인력 도입 등은 현 지방자치 시스템의 전반적인 변화에 직면하게 됐다.

문제는 지방자치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지방정치다. 지방자치제도의 변화는 반드시 정치 구조의 영향을 받게 돼 있다.

지방자치단체 구성 형태의 다양화는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정책연구를 통해 발표한 ‘단체장 중심형’, ‘단체장 권한분산형’, ‘의회 중심형’ 모델이 채택될 가능성이 크다. 지방자치단체의 구성 형태의 다양화를 추진하는 것은 현재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이 집행부를 견제하는 지방의회를 압도할 정도로 막강하기 때문이다. 구성 형태의 다양화는 주민투표를 통해 결정된다.

지방자치단체 구성 형태 다양화 중에 ‘의회 중심형’이 포함된 데는 함의가 있다. 재정 여건이 좋지 않은 작은 지방자치단체, 특히 인구소멸위기에 처한 곳은 현재의 ‘기관 대립형’ 운영에 많은 비용을 쓰고 있다. 자치단체장과 의회를 둘 다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례군 지정을 통한 재정적 지원과 함께 ‘의회 중심형’ 운영을 통해 비용을 줄이는 것은 재정 그리고 주민에게 도움이 된다. 주민투표 가결 조건이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어렵다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현재 압도적 권한을 갖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자신의 권한을 약화시키는 구성 형태 다양화를 추진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주민에게 도움이 되지만 자치단체장의 이해관계에 가로 막히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의회 중심형’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국가운영형태 중 ‘내각제’와 비슷한 ‘의회 중심형’은 필연적으로 포퓰리즘 논란이 뒤따른다. 또 특정 정치세력이 압도할 경우 지방정권교체가 어려워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지방의회가 단체장을 비롯해 집행부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는지에 의문이 따른다. 의회, 언론, 시민단체의 감시와 견제를 받는 지방자치단체는 만족스럽지는 못해도 변화하고 있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의 대거 퇴진과 함께 새로운 세대가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새로운 세대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긴 하지만 스마트한 능력과 함께 과거의 관습을 단순 답습하지 않으려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반면 의회는 어떤가. 일부 의원들은 여전히 권위주의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포털에서 ‘지방의원 일탈’을 검색하면 나오는 기사만 수십페이지다. 무엇보다 의원들의 의정능력 수준차가 크다. 현 수준의 지방의회가 중심이 된다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 될 수 있다.

이제 30살을 넘겨 성숙단계에 들어선 민선 지방자치는 변곡점에 섰다. 소위 선진국이 그렇듯 우리나라도 주민의 뜻에 따라 다양한 지방자치 모델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지방의회도 의정활동 독립을 위한 그 동안의 숙원이 해결됐다. 주민을 위한 지방자치의 멍석은 깔렸다. 지방정치만 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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