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클릭아트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동네는 자랑거리였다. 누가 어디 사냐고 물으면 "아웃렛 앞(호호)"이라고 답했었다. 그리곤 혼자 으쓱해했다. 난 우리 동네를 참 좋아했다. 부족한 게 없었기 때문이다. 교육·상권·환경 뭐 하나 빠지는 게 없었다. 동네 안에서 모든 게 해결이 가능했다. 게다가 나의 친정은 우리 집 앞 동이 아니던가. 나로선 천국이 따로 없었다. 가능하다면 영원히 살고 싶었다. 그런데 요즘 우리 동네가 쑥대밭이다. 그놈의 코로나 때문이다.

☞요즘은 내가 어디 사는지 숨겨야 할 판이다. 행여 동네 이름을 말하기라도 하면 정적이 흐른다. 어느새 난 '역병 환자'가 돼있다. 사람들의 눈빛이 변한다. 그리고 다들 갑자기 마스크 매무새를 가다듬는다. 어떤 사람은 마스크를 눈까지 올리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동네가 집단감염의 근원지가 됐기 때문이다. 이는 한 맥줏집에서 시작됐다. 그리고 꼬리물기가 이어지고 있다. 대전뿐만이 아니다. 세종·익산·태안 등 다른 지역까지 퍼지고 있다. 관련 확진자는 벌써 60여 명을 넘겼다.

☞확진은 죄가 아니다. 하지만 무개념은 죄다. 그 맥줏집엔 교사도 다녀갔다. 그냥 교사도 아니다. '수능 감독관'이었다. 그것도 수능 하루 전에 확진 판정을 받았다. 덕분에 수능 전날, 수능 감독관 19명은 급하게 교체됐었다. 그 교사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맞는지 의구심이 든다. 게다가 수능을 앞두고 무책임했다. 너무나 경솔했다. 학생들을 생각하지 않았음이 틀림없다.

☞동네 전체가 공포에 휩싸였다. 그래서인지 다들 숨었다. 길거리에 사람이 없다. 벤치도, 놀이터도 텅텅 비었다. 아파트 분위기는 삭막해졌다. 인사를 나누던 풍경조차 사라졌다. 이웃을 피하게 된다. 누군가 엘리베이터를 타면 타기가 꺼려진다. 동네 커뮤니티엔 확진자 소식만 가득하다. 문제는 이 감염이 현재진행형이란 거다. 그리고 아이들까지 위협하고 있다. 맥줏집에서 시작된 감염은 어린이집·학교까지 덮쳤다. 얼마 전, 동네 한 어린이집 아이들이 코로나 검사를 받기 위해 서있는 걸 봤다. 어른들도 힘든 검사다. 그런데 그 작은 아가들이 받는다니 눈물이 핑 돌았다. 어른들의 잘못에 아이들이 아프다. 언제 예전 동네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까. 어른들이 정신 차려야 한다.

편집부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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