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한 아이들에게

▲ 아이클릭아트

☞마스크가 갑갑하지 않다. 느닷없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어느새 겨울이다. 시린 느낌이 온몸을 감싼다. 붕어빵을 팔기 시작하면 ‘그놈’도 올 때가 됐다. 바로 ‘수능(대학수학능력시험)’이다. 수능은 정말 대단한 존재다. 수험생이 아닐지라도 모두를 긴장하게 만든다. 두 글자를 듣기만 해도 마음이 ‘쿵’한다. 머릿속엔 과거의 수능날이 재생된다. 고백건대 인생에서 가장 떨렸던 날이었다. 그에 비하면 결혼식은 ‘껌’이다. 수능은 늘 춥다. 그리고 이번 수능은 유난히 더 춥다.

☞또 코로나가 바꿨다. 이번 수능은 사상 첫 '12월 수능'이다. 당초엔 11월 19일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탓 1학기 개학이 밀렸고, 수능도 밀렸다. 특수한 상황은 곧 부담이 된다. 그래서인지 이번 수능 지원자는 '역대 최소'다. 시험장 풍경도 예년과 다르다. 입장시 '발열 검사'는 필수다. 만약 열이 있다면 별도 시험실에 간다. 자가격리 수험생도 별도 시험장에서 시험을 본다. 확진자는 병원·생활치료 시설에서 시험을 치른다. 그래서인지 시험실·시험장은 작년 보다 많아졌다. 시험을 볼 때도 '방역 모드'다. 보는 내내 마스크를 써야 한다. 책상 앞에는 '칸막이'가 있다. 점심도 제 자리에서 혼자 먹어야 한다. 모든 게 생경하다.

☞가장 힘든 건 수험생이다. 원래 '수능'은 그 자체만으로도 위압감을 준다. 어찌 보면 인생에서 넘어야 할 '큰 산' 중 하나다. 필수 코스는 아니지만 대개 그렇다. 수능이 주는 압박감은 주변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모두가 '큰일'로 여긴다. 학교는 늘 수능 날짜 디데이를 센다. 선생님들은 늘 '긴장'을 심어준다. 고2 2학기부터 '(예비) 수험생'이란 딱지가 붙는다. 가정도 그렇다. 수험생이 있는 집은 '최전방 부대'와 다를 바 없다. 늘 ‘초긴장’ 상태다. 언제 폭탄이 터질지 모른다. 스트레스 폭격·부상에 유의해야 한다. 수험생은 부담을 ‘주거나’ 부담을 ‘받는다’. 그런데 이번엔 더하다. 공부에만 집중해도 바쁜데 코로나까지 신경 써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했다. '코로나 수능'은 처음이라 더 힘들었을거다. 더 예민하고 더 긴장됐을거다. 돌이켜보면, 학교·학원을 가는 일조차 너무 힘겨웠다. 그러다 보니 공부가 쉽지 않았을거다. 하지만 그래도 잘 치렀다. 잘 버텼다. 결과가 어떻든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 너무 고생했다. 그리고 말해주고 싶은 게 있다. 수능은 인생에서 중요한 시험이 맞다. 하지만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그저 일부를 결정할 뿐이다. 그러니 시험을 못 봤다고 무너질 필요는 없다. 기회는 또 있다. 지나고 나니 그 힘듦도 결국 지나갈 일이었다. 그저 스스로를 칭찬해 주길 바란다. 대견하다. 부담은 내려놓고 오늘 밤엔 따뜻한 이불 속에서 푹 자길 바란다.

편집부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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