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 맞은 둔산동 헌팅포차 입구부터 대기행렬로 북새통
QR코드 인증하고 속속 입장 들어가선 마스크 벗고 게임
“시끌벅적해 스트레스 풀려… 코로나 확진자가 운 없던 것”

▲ 지난 20일 오후 10시경 대전 서구 둔산동의 한 '헌팅포차' 입구에 입장을 위한 대기줄이 형성된 모습. 사진=조선교 기자

[충청투데이 조선교 기자] “같이 게임하면서 낯선 사람이랑 쉽게 어울릴 수 있고 분위기도 시끌벅적해서 스트레스가 풀리는 거 같아요. (코로나19 때문에) 걱정되긴 하지만 매일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도 안 걸리는 걸 보면 확진자들이 운이 나빴던 거 아닐까요.”

이른바 ‘불금’을 맞은 지난 20일 오후 10시경 대전 서구 둔산동의 한 헌팅포차 앞에서 흡연 중이던 20대 A 씨는 이같이 말했다.

천안에서 지인을 만나러 왔다는 그는 “(이 주점은) 일찍 오지 않으면 계속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A 씨가 자리를 잡은 주점 입구에는 30여명 남짓한 대기행렬이 이어지면서 북새통을 이뤘다.

같은 상권 내 유사한 유형의 주점은 어림잡아 3~4개소로 각각 10~20명 규모의 대기인원이 있었고, 이보다 많은 인파가 밀집된 주점 내부에선 ‘생활 속 거리두기’가 무색한 상황이 연출됐다.

최근 수도권에서 2030세대의 코로나19(이하 코로나) 확진 사례가 급증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재유행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젊은층의 경우 타 연령대에 비해 활동량이 많아 지역사회 내 조용한 전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데다가 타 지역 지인 등 만남으로 발생하는 지역 간 전파 사례도 적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대전지역 내 젊은층이 주로 찾는 상권가에선 마치 코로나 발병 이전과 같은 일상적인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특히 그 중심에선 ‘헌팅포차’ 붐이 인다.

최근 ‘신개념포차’ 등으로 불리는 주점에선 ‘카지노 칩’ 형태의 주화·코인 등으로 아르바이트생 또는 다른 테이블의 고객과 각종 게임이나 내기를 하는 프로그램이 자리잡고 있다.

이를 통해 낯선 남녀가 큰 불편함 없이 대화 또는 합석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젊은층으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며, 좌석마다 배치된 테블릿 등을 통해 다른 고객과 소통하는 방식도 있다.

문제는 코로나 발생 시 일면식이나 접점이 없는 경우 밀접 접촉자 등 파악이 쉽지 않은 데다가 ‘헌팅’의 경우 접촉자를 의도적으로 비밀에 부치거나 음주로 인해 기억이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는 헌팅포차가 중점관리시설로 지정된 주요 배경이기도 하다.

실제 대전지역 헌팅포차들을 살펴본 결과 입구에선 마스크 착용과 함께 QR코드 인증 등 수칙이 전반적으로 지켜지고 있었지만 주점 내 상황은 달랐다.

마스크를 쓴 고객은 매우 드물었고 고객들이 자리를 옮겨가며 밀접 접촉하는 모습 역시 곳곳에서 발견됐다.

헌팅포차는 거리두기 1단계(생활 속 거리두기)에서도 시설면적 4㎡당 1명으로 인원이 제한되지만 이를 준수하는 곳은 사실상 전무했다. 이런 가운데 헌팅포차에 대한 방역 기준도 문제로 불거지고 있다. 헌팅포차가 대체로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되면서 타 유흥시설과 비교해 분류상 모호한 지점이 있기 때문이다.

일반음식점과 헌팅포차에 대한 지침 내용이 단계별로 다른 만큼 방역 조치가 해석에 따라 엇갈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전의 한 의료계 관계자는 “거리두기를 세분화하면서 지침을 다듬은 것처럼 앞으로도 현장에 맞게 조정해나갈 필요가 있다”며 “젊은층은 활동량과 활동반경이 크고 넓기 때문에 접촉도 비교적 많을 수밖에 없다. 대유행을 피하기 위해선 젊은층의 감염 억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선교 기자 missi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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