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사회생활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인정(認定)'이었다. 물론, 질투심을 솎아내고 누군가를 진심으로 칭찬하는 것도 어려웠다. 하지만 그보다도 어려웠던 건 '잘못을 인정'하는 일이었다. 회사 내에서의 실수는 개인 평판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동안 잘해왔더라도 한번 삐걱하면 일 못하는 직원으로 찍힌다. 무슨 일을 할 때마다 '실수 전과범' 프레임이 씌워진다. 그렇기에 누구나 잘못을 '자신의 것'으로 규정짓기 싫어한다. 대개 화살표를 아래로 돌리거나 모르쇠 전법을 쓴다. 나 역시 그런 일들을 숱하게 봐왔다. 때론 그 속의 희생양이 됐었다. 그래서인지 난 달라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잘못을 책임져야 할 때 책임졌다. 어려웠지만 덕분에 추해지진 않았다. 그래야 어른이고, 그래야 발전한다.

☞정부는 어른이 아닌가 보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명백한 '부동산 정책 실패'인데 실패라 말하지 않는다. 집값을 잡겠다 하면 집값이 더 날뛴다. 정책만 내놓으면 (집값이) 히트다. 이 정도면 이것도 능력이다. 거기에 '빈익빈 부익부 현상'까지 불러왔다. 지난해 상위 10% 주택의 평균 가격(공시가격 기준)은 11억 300만 원이다. 1년 전보다 13% 올랐다. 반면 하위 10% 집값은 4% 올라 2700만 원이었다. 이에 상위 10%와 하위 10% 간 격차는 처음으로 10억을 넘어섰다.

☞정부의 '역효과 정책'은 또 있다. 투기꾼 취급하며 다주택자들을 옭아맸다. 규제도 쏟아냈다. 하지만 이마저도 실패했다. 2019년 기준 다주택자는 228만 4000명이다. 전체 주택 소유자의 15.9%다. 1년 전보다 9만 2000명 늘었다. 2년 전보다는 16만 5000명이 늘었다. 특히 30~40대가 많았다. 젊은이들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해서 집을 샀다. 집값이 계속 오를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부에 대한 ‘불신’을 보여주는 반증이기도 하다. 부동산 정책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어차피 오를 거 지금이 가장 싸다. 내리는 꼴을 못 봤다.

☞정부는 국민이 집 사는 게 싫은가 보다. 이젠 하다 하다 ‘영끌’조차 못하게 막는다. 정부가 발표한 '가계대출 관리 방안'은 가관이다. 1억 원 넘게 신용대출을 받아 1년 내에 규제지역 집을 사면 대출을 회수한단다. 30일부터 규제에 돌입한다. 조급해진 사람들이 은행에 몰린다. 안 필요해도 일단 빌리고 본다. 그래서였을까. 나흘 만에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액이 1조 늘었다.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은 접속 폭주다. 집값이 계속 오르는데 대출도 받지 말라는 건 사실상 놀부 심보다. 부동산 정책 자신 있다던 대통령 맞나. 변명은 그만 듣고 싶다. 이젠 인정할 때다. 이는 前 정부 탓도, 저금리 탓도 아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완전히 실패했다. 편집부 김윤주 기자 maybe0412@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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