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 신성대 현장실습지원센터장·간호학과 교수

2016년 개봉한 한국영화 '터널'을 보면 자동차 영업과장인 남자 주인공이 기쁜 일로 들뜬 마음에 귀하 하던 중 갑자기 터널이 무너져 갖히며 그 터널안에서 구조 될때까지의 상황을 담은 내용이 나온다. 콘크리트 잔해더미와 칠흑같은 어둠속, 78% 남은 휴대전화 배터리와 생수 몇 병, 딸아이의 생일 케이크 밖에 없는 상황에서 남자 주인공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외부의 구조대와 긴급한 연락만 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구조되기 어려운 위치에 매몰되었지만 결국 주인공은 구조되고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된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점은 스토리 이면에 있는 구조된 남자 주인공(하정우)의 정신적 고통을 사건 이후에 어떻게 관리하는지 이다. 영화 타이타닉이나 세월호처럼 크루즈호가 침몰되고, 백화점, 큰 다리가 붕괴되는 등의 사고를 경험한 사람들은 사고 이후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벌써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삼O 백화점 붕괴 현장에서 생존한 사람들, 세월호에서 생존한 학생들의 인터뷰를 보면 아직도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를 가진 경우가 많이 있다. 또한 감염병이 유행하면 환자는 물론 일선에 있는 의료진들도 공포감을 경험한다. 2015년 유행한 메르스때의 경우도 격리되었던 환자와 감염치료에 참여했던 의료진에게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모임 등을 자제하므로 사회적 관계가 소홀해지고 상호 교류가 줄어듦에 따라 정서적인 허전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물론 화상전화,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등을 이용하여 마음의 거리는 유지하려고 노력하지만 사람에 대한 온기를 느끼기에는 역부족이다. 대학도 비대면 수업 전환 운영함에 따라 영상으로 서로의 얼굴을 보며, 수업을 하거나 혹은 강의 장면이나 화면을 녹화하여 온라인 수업 시스템에 탑재 한다. 학생들 얼굴을 보며 대면해 수업을 운영해도 eye contact이 어려운데 얼굴도 없는 수업 자료만 있는 화면을 보며 학생이 있는 것처럼 수업을 녹화하고 나면 어른들이 하시는 말로 '진이 빠진다.' 당연히 eye contact도 안되고 서로의 교감이 없다. 반응 없는 수업, 학생 얼굴 없는 수업 - 벌써 두 학기째 이지만 아직도 적응이 안된다. 학생의 반응이 없으니 수업이 신나지도 않으며 가끔 수업을 하며 하는 우스레 소리, 유머도 삽입할 수 없다. 제한된 동영상 제작 시간과 방대한 수업량을 맞추려면 이런 말들은 사치이다.

최근 자살률 증가 등으로 인해 정서지원에 대한 보건의료 서비스가 중요시 대두되고 있다. 세월호 사건 이후로도 팽목항에는 세월호 유가족을 위한 정서·심리 지원을 위한 창구가 늘 마련되어 있었다. 코로나 시대, 이전에도 없었던 새로운 경험들을 하고 있다. 신학기가 되어도 학교에 가지 못하는 입학생, 사회적 거리두기로 가까이 다가갈 수 없어 새로운 친구를 사귀지 못하는 학생들, 온라인 수업을 처음 운영하는 교수님도 모두모두 힘든 한 해이다.

이제 우리는 기나긴 침묵의 시간에 모두 지쳐있다.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이지만 지금껏 공들여온 방역을 무너뜨릴 수는 없다. 코로나 블루속에서도 웃을 일이 생기고, 가슴 찡한 사연을 만들어 내고, 중장년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트로트라는 음악에 심취해 있는, 뭐든지 극복할 수 있는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이다. 서로에게 전화와 온라인으로 마음의 온기를 전하고 내가 힘들 땐 기댈 수 있는 심리지원 서비스를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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