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이범진씨, 38년간 345회
만69세 나이제한… 마지막 헌혈
달력에 표시하고 꾸준히 참여
응급처치법 강사 등 자격 취득
“지역사회 안전·행복 지킬 것”

▲ ‘헌혈 졸업자’ 만 70세 이범진 씨. 사진=서유빈 기자

[충청투데이 서유빈 기자]  “처음이야 따끔거리지만 내내 남는 행복이 얼마나 큰지 몰라요.”

 1982년 첫 헌혈을 시작으로 38년 동안 총 345회 헌혈에 참여한 ‘헌혈 졸업자’가 있다.

 바로 대전 유성구에 거주하고 있는 이범진(70) 씨다.

 현재 혈액관리법 상 전혈헌혈과 혈장성분헌혈은 만 69세까지 헌혈에 참여할 수 있고 65세 이상일 경우 60~64세까지 헌혈 경험이 있는 헌혈자만 참여 가능하다.

 지난 21일 만 70세 생일을 이틀 앞두고 생애 마지막 헌혈에 참여한 이범진 씨는 “젊은 시절 군 복무를 할 때 월남전에 참전했는데 전우들이 피 흘리는 모습을 많이 봤다”며 “그때 헌혈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이후에 한국표준과학연구소에서 일하면서 헌혈차가 올 때마다 종종 참여하기 시작한 게 지금까지 왔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헌혈에 참여할 수 있었던 건강비결로는 적십자사에서 시행하는 ‘혈액검사’를 꼽았다.

 이 씨는 “헌혈에 참여하면 주기적으로 건강 진단이 가능해 1석 2조인 기분이었다”며 “자칫하면 헌혈 주기를 놓칠까 봐 탁상달력에 헌혈 날짜를 표시해놓고 꾸준히 해왔다”고 설명했다.

 이 씨의 경우 혈관이 깊고 가늘어져 팔꿈치 안쪽으로는 더 이상 헌혈이 어려웠지만 바깥쪽 혈관을 찾아 헌혈에 참여하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이 씨는 “매번 혈관 찾기에 애쓰는 간호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일부러 노련한 간호사와 헌혈 전 미리 일정을 조율했다”며 “이제껏 모은 헌혈 증서들은 주변에 필요한 사람들이나 헌혈센터에 나눠주고 일부는 비상용으로 남겨뒀다”고 전했다.

 이 씨는 응급처치법 강사와 스쿠버다이버, 방화관리자 2급, 요양보호사자격증 등 다양한 자격증을 취득하며 지역사회 안전과 행복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이어왔다.

 현재는 전문 산악인들로 이뤄진 비영리 민간단체 ‘유산회’를 꾸려 등산로 쓰레기 줍기, 하천 수중 정화활동 등을 전개하고 있다.

 이 씨는 “헌혈 정년없이 계속했으면 좋았겠지만 헌혈법상 그러지 못하다는 게 안타깝다”면서 “힘닿는데 까지는 대전시민 구조대와 응급구조 활동 등 지역사회를 위한 일에 계속해서 동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유빈 기자 syb@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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